정부가 독서문화진흥 예산을 삭감하면서 책을 매개로 한 지역의 다채로운 행사가 중단되거나 축소될 위기에 처했다.
6일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인문사회과학출판인협의회 등 독서·출판·작가 단체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는 2024년도 예산안에 '국민독서문화 증진 지원' 사업 예산 60억원 가량을 반영하지 않았다.
해당 사업에 부여된 예산코드(1433-308) 자체가 폐지된 것으로 파악됐다. 문체부는 '지역 서점 활성화·지원' 예산 11억원 가량도 내년도 예산안에 전혀 반영하지 않은 상태다.
2024년도 진흥사업 60억 전액 삭감
공공도서관·서점 프로그램들 차질
국민독서문화증진 지원사업과 지역서점 활성화·지원사업 예산은 그간 공공도서관과 동네 책방에서 열리는 각종 프로그램에 활용됐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과 한국서점조합연합회 등의 공모를 거쳐 인천을 비롯한 각 지역에서 매년 진행돼 왔다. '작가와의 만남' '심야 책방' '독서 동아리 활동' '인문학 강연' 등 각종 프로그램을 비롯해 서점별 특색을 살린 문화 행사 등이 있다.
이 같은 행사는 지역 작가 지원과 문화 공간 활성화를 위한 수단이면서 주민들에게 문화 향유 기회를 제공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진행됐다. 독자·작가·책방·출판사 등 독서 문화 생태계를 이루는 각 주체를 연결하는 핵심 역할을 해왔다는 것이 출판계의 평가다.
지역 문화생태계 균열 우려 목소리
"책 권유커녕 되레 지원 없애 황당"
정부의 이번 예산 삭감이 지역 독서 문화 생태계의 균열을 불러오지 않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현장에서 나온다. 인천에서 출판사 겸 서점을 운영하는 위원석 딸기책방 대표는 "어느 사회든 책을 읽으라고 권하는데, 정부는 오히려 지원을 없앤다니 너무 황당하다"며 "그 여파는 지역 서점뿐 아니라 작가, 출판계 등 모두에 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정은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 사무국장은 "지역을 거점으로 사람과 책을 만나는 일련의 활동은 단순히 인터넷에서 책을 사는 것으로는 대체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이어 "공공도서관과 동네 책방에서는 문체부의 예산을 쪼개 아주 다양하고 풍요롭게 기획을 이뤄내고 있다"며 "여느 대규모 사업들보다도 훨씬 큰 효율과 가치를 갖고 있는 사업인데, (예산 삭감은)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조치"라고 비판했다.
독서문화진흥을 담당하는 인천의 대표 도서관도 정부의 예산 삭감이 미칠 부정적 파급을 우려하고 있다.
미추홀도서관 관계자는 "공공도서관 역시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등 공모사업에 참여해 여러 독서 문화 프로그램을 추진하기 때문에 정부의 예산 삭감 조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독서 문화 확산이 위축되지 않을지 걱정된다"고 했다.
/유진주기자 yoopear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