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고지에는 버스들이 사이드미러가 닿지 않은 정도의 간격으로 촘촘하게 주차돼 있었다.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 직원들이 버스를 스치듯 아슬아슬하게 지나갔다. 차고지 내에 가로등이 있지만 버스 높이 때문에 그 옆을 지날 때 어둡게 느껴졌다.
출차 중인 버스 운전기사가 차고지를 둘러보던 기자를 뒤늦게 발견하곤 놀라 급정거를 하는 아찔한 상황도 있었다. 차고지 출구 쪽은 수소버스 충전소 공사장이 있고, 그 주위에 가스관·철근 등 공사 자재들이 쌓여 있어 버스가 겨우 빠져나갈 정도로 좁았다.
가스관·철근 등 공사 자재 적치
종종 급정거… 쉼터 뒤 '낭떠러지'
이 차고지를 이용하는 한 업체의 버스 운전기사 이모(49)씨는 "예전부터 차고지 내 공간이 넉넉하진 않았지만, 충전소 공사가 시작되면서 접촉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얼마 전엔 버스를 주차하려다 기사들이 컨테이너를 박을 뻔한 적도 있다"며 "쉼터 뒤가 낭떠러지라서 이러다 큰 사고가 날 것 같아 회사에 조치해달라 했지만 방지턱만 설치됐다"고 했다.
다른 버스 기사 조모(58)씨는 "이른 새벽 일제히 운행을 나갈 때 차고지에서 버스들의 동선이 꼬인다"며 "기사들이 출근하면서 타고 오는 자가용도 주차할 곳이 없어 인근 도로에 주차해야 한다"고 했다.
수소버스 충전소 설치 공사가 시작된 지난달부터 새벽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한다. 수소버스 충전소 설치 공사로 차고지가 비좁아졌다는 것이 버스 기사들의 설명이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상 차고지는 버스(대형버스 36㎡~40㎡, 중형버스 23㎡~26㎡, 소형버스 15㎡~18㎡) 숫자만큼 면적을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버스정비소, CNG 충전소, 전기충전소 등 부대 시설이 들어서 있는 데다, 버스가 이동할 공간 등을 고려하면 규정보다 넓은 면적이 필요하다.
차고지를 함께 사용하는 3개 업체는 준공영제 버스회사로, 사모펀드 운용사 '차파트너스'가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차례로 이 업체들의 지분을 대부분 확보했다. 인천시는 운전직 인건비, 복리비, 연료비, 차고지비, 기본·성과 이윤, 재정지원금 등을 준공영제 버스회사에 지급하고 있다.
인천시 버스정책과 관계자는 "수소버스 충전소 공사로 주차하지 못하는 버스 숫자만큼 대체 차고지를 마련하라고 3개 업체에 지침을 내렸다"며 "인근 도로에 버스를 주차하지 못하도록 서구청에 단속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백효은기자 100@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