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1인 가구가 자살 고위험군에 속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나 홀로 생활하는 1인 가구가 느낄 수 있는 고립감이나 외로움 등을 해소할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인천시자살예방센터는 '세계 자살 예방의 날'(9월10일)을 맞아 '인천시 1인 가구의 자살에 대한 인식과 자살위험 관련 요인 분석'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인천에서 1인 가구의 자살 위험에 대한 연구가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연구 결과는 최근 한국자살예방협회가 주최한 '제17회 자살예방종합학술대회'에 보고됐다. → 그래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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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가 인천에 거주하는 19~69세 1천6명을 대상으로 '자살 위험성 척도'를 조사한 결과, 1인 가구 거주자 133명 중 자살 고위험자는 72명(54.1%)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러 명이 같이 사는 다인 가구(873명)의 자살 고위험자(263명·30.1%)와 비교하면 24%p나 높은 것이다. 


척도 평균 40.3… 다인가구는 34.5
"이웃 소통·지역 소모임 지원해야"


자살 위험성 척도는 대인 관계, 환경, 성격, 자살 계획, 자살 시도 경험 등을 조사해 평가하는 것이다. 100점 만점 중 36점 이상 점수가 나오면 자살 고위험자로 분류된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1인 가구 거주자의 평균 점수는 40.3점으로, 다인 가구(34.5점)보다 높았다.

1인 가구 거주자 중 18.8%는 자살을 시도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자살 시도를 계획한 적이 있다는 응답도 19.5%에 달했다. 이는 다인 가구 구성원보다 각각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센터는 1인 가구 거주자 중 가족, 친구, 종교 등 '지지 체계'가 없다고 느끼는 사람일수록 자살 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했다. 지지 체계가 부족하다고 여긴 응답자들의 자살 위험성 척도 평균 점수는 52.42점으로, 지지 체계가 충분하다고 생각한 이들의 평균 점수 38.28점보다 14.14점이나 높았다.

센터는 자살 위험성이 높은 1인 가구에 대한 맞춤형 정책이 필요할 것으로 봤다. 인천지역 1인 가구는 지난해 7월 기준 전체 가구의 38.1%에 달하는 등 증가 추세다.

인천시자살예방센터 강승걸(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센터장은 "자살 위험에 노출된 사람들에게 지지 체계를 만들어 줘야 한다"며 "이웃 등이 이들과 가까이에서 소통할 수 있도록 지역 내 소모임을 구성하고, 정기적 만남을 가지도록 지자체가 지원해야 한다. 시민 대상 자살 예방 교육도 더욱 확대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으면 자살 예방 핫라인(1577-0199), 희망의 전화(129), 생명의 전화(1588-9191), 청소년 전화(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중앙자살예방센터 홈페이지(www.spckorea.or.kr)와 인천시자살예방센터 홈페이지(ispc.or.kr)에서 거주지 인근 자살예방센터 전화번호와 주소 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