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초반 전세를 뒤집은 인천상륙작전은 애초 6·25 직후 '블루하츠'(Blue Hearts)라는 작전명으로 구상됐으나, 북한군의 빠른 남진으로 무산된 후 9월15일 감행됐다는 사실이 새롭게 제시됐다.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이상호 선임연구원은 지난 8일 인천시 주최로 인천 송도컨벤시아 그랜드볼룸 등지에서 열린 '국제 평화 콘퍼런스-인천상륙작전과 글로벌 인천의 미래' 제2세션 발표에서 "블루하츠 작전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며 최근 발굴한 연구 성과를 공개했다. 이상호 연구원은 미국 버지니아주 노퍽에 있는 맥아더기념관(연구센터) 소장 자료 등을 발굴·분석했다.
1950년 6월29일 한강 전선을 시찰한 더글러스 맥아더(Douglas MacArthur) 유엔군 총사령관은 일본 도쿄로 돌아와 상륙작전 계획 수립을 지시했다. 미군 합동전략기획단은 한강 전선에서 북한군을 상당 기간 저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인천을 상륙 대상 지역으로 검토했다. 미 2개 사단 포병대를 갖춘 2개 연대로 구성한 상륙단, 구축함 4대와 경순양함 2대, 항공모함 2대 등을 투입해 7월 중 인천으로 상륙하는 블루하츠 작전이다.
市 주최 '국제평화콘퍼런스'서 발표
7월 계획했으나 금강방어선 붕괴로
포항 영일만 먼저 진행한뒤 재시도
미군은 7월13일 블루하츠 작전을 취소했다. 북한군의 남진을 막기 위해 투입된 미 제24사단은 7월6일 평택 전투와 7~8일 천안 전투에서 금강 방어선까지 후퇴했다. 미군은 금강 방어선이 붕괴할 조짐을 보이자 인천으로 상륙하기 불가능해졌다고 판단했다. 블루하츠 작전은 7월18~19일 경북 포항 영일만으로 미군이 상륙하는 '레드하츠(Red Hearts) 작전'으로 변경됐다.
이후 한국군과 미군은 낙동강 방어선까지 후퇴했고, 9월15일 대규모 병력으로 북한군 후방을 찌른 인천상륙작전이 감행됐다.
이때 작전명은 널리 알려진 '크로마이트'(Chromite)다. 국내 학계에서 크로마이트 작전(인천상륙작전) 계획은 상륙 대상 지역이 인천인 B, C, D 3개만 소개됐다. 이상호 연구원은 이번 발표에서 상륙 지역이 군산인 크로마이트 A 계획을 새로 공개했다. 크로마이트 A는 북한군을 교란하기 위한 '가짜 작전'이었다.
이상호 연구원은 "블루하츠 작전은 인천상륙작전의 원형이지만, 한국전쟁 관련 전사(戰史)에서 구체적 언급이 없고, 포항 지역 상륙작전을 블루하츠로 부르는 오류도 다수 발견된다"며 "학계가 그동안 인천상륙작전에 대한 연구를 소홀히 한 결과로, 새로운 자료를 발굴하지도 않았고 기존 연구를 그대로 가져다 쓰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천상륙작전에 대한 새로운 국외 자료 수집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 관련기사 3면(인천상륙작전 자료·연구도 열세… "아카이브가 해법")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