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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대한민국을 지배하는 혼맥지도'. 3부작 3권의 책값이 1억6천500만원이라고 해서 논쟁이 한창이다. 김만배는 책 3권의 판권을 구매한 것이라고 했으나 저자인 신학림은 판권이 아니라 3권의 책을 팔았다고 한다. 검찰과 여당은 책값이 아니라 지난 대선과 연계된 허위 인터뷰의 대가로 의심하고 있다. 10년 전에 경남 창원에서 신학림과 몇 명의 지인들이 함께 저녁을 같이한 적이 있다. 그날 저녁에도 그는 혼맥에 관한 책을 집필 중이라며, 일부 내용을 재미있게 설명했다. 그 후 만난 적은 없다. 하지만 뉴스 속 사진을 보니 혼맥 지도를 집필하는데 그가 많은 정성을 쏟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가성과 가짜뉴스의 근원으로 지목된 혼맥 지도를 보면서 생각했다. 최초의 책값은 어떻게 정해지는가. 출판문화산업 진흥법은 출판사가 판매를 목적으로 간행물을 발행할 때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가격을 정하여 해당 간행물에 표시하도록 하고 있다. 그렇다면 전문적인 도서의 경우 저작자의 노력과 권리는 어떻게 책값에 반영되는가. 그 기준은 분명하지 않다. 동아대학교 맑스엥겔스연구소의 소개를 보니 맑스 저작물 1권의 번역과 출판 등에 1억원 정도가 소요된다고 했다. 해당 연구소는 MEGA 한국어판 2권을 작년에 출판했다. 2018년 한국연구재단 토대연구 지원사업에 선정된 결과다. 하지만 올해 지원사업대상에서 탈락했다. 향후 10권의 완성 원고 출판이나 67권의 번역 작업이 어려워지자 후원금을 모금하면서 밝힌 내용이다.

그런데 도서관법은 도서관에 납본하면서 보상을 청구하면 시가의 50%로 보상하도록 하고 있다. 이 경우 정가를 시가로 보고 있다. 이를 악용한 납본 소송이 있었다. 2013년 10월. A는 자신이 저자라는 4권의 책을 발행한 후 국회도서관에 납본하였다. 그러면서 2권의 정가가 각 1천조원이고, 다른 2권의 정가가 각 1억원이라면서, 납본보상금으로 2천조2억원을 청구하였다. A는 같은 해 4월에도 '샤이니 제이의 다르지만 같고 같지만 다른 책'의 책값을 1천조원으로 표기한 후 보상을 요구하였다.


대가성·가짜뉴스 근원된 혼맥지도
책·저자 사형감·국가반역죄 덧칠
증거자료 될지… 재벌·권력 결혼
지배계층 자리 잡았는지 판단하는
사료 될지… 독자·역사가 지켜본다


국회도서관은 규칙에 따라 도서의 납본이 불가하다면서 책을 반송하였다. 그런데 A는 같은 책을 국립중앙도서관에도 납본하면서 똑같은 금액을 요구하였다. 도서관법은 시가에 상당한 차이가 있거나 시가를 기준으로 보상하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다고 인정하는 경우 심의위원회에서 보상금액을 정하도록 하고 있다. 국립중앙도서관은 보상금액 결정에 필요한 서점납품계약서, 납품실적, 제작단가, 제작량, 판매 실적, 저자와 맺은 저작권 계약서 등을 요청하였다. 그러나 해당 저자는 증빙자료를 제출하지는 않았다. 도서관 측은 위원들의 평균가인 2만5천580원으로 보상 가격을 결정하였다. 그 후 A는 납본 도서 반송 처분취소와 보상 청구의 소를 제기하였으나 모두 패소하였다.

그렇다면 세상에서 가장 비싼 책은 얼마인가. 1조원이라는 훈민정음 상주본은 아직도 행방을 알 수 없다. 1994년 빌 게이츠는 다빈치의 '코덱스 레스터(Codex Leicester)'를 3천80만 달러에 구입했다. 이 책의 가치는 현재 5천만 달러를 넘는다고 한다. 2017년에 몰몬경 원본이 3천500만 달러에 팔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책이 되었다. 책값은 저자의 사상과 혼이 담겨 있을 때 그 빛을 발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사례다. 그리고 책값의 결정은 정치와 이념 그리고 법의 잣대가 아니라 시장과 독자의 몫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종이책을 읽지 않는 시대. 서점이나 책방이 속절없이 사라지는 시대다. 난데없이 혼맥지도가 책값의 문제를 넘어 정치적 대가성과 가짜뉴스의 진원지로 지목되고 있다. 여당 대표는 사형에 처해야 할 만큼의 국가반역죄라고 했다. 검찰은 특별팀까지 만들어 수사에 나서고 있다. 책과 저자가 사형감에 국가반역죄로 덧칠되는 마녀사냥을 보면서 생각한다. 혼맥 지도가 가짜뉴스와 반역죄의 증거자료가 될지. 아니면 우리 시대의 재벌과 권력이 결혼을 통해 어떻게 한국의 지배계층으로 자리 잡았는지를 판단하는 중요한 사료가 될지. 독자와 역사가 지켜보고 있다.

/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