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항으로 입항하는 선박 한 척이 처리하는 물동량이 평균 1천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대분)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항은 1만TEU 급 선박이 오갈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고 있지만,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약 500TEU 화물 내리고 싣는 실정
1만TEU급 접안 인프라 활용 못해
10일 인천항만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1년 동안 인천항에 입출항한 컨테이너 선박은 2천823척(한중카페리 제외)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인천항 전체 컨테이너 물동량은 319만TEU였으며, 화물 적재 규모가 작은 한중카페리를 제외하면 273만TEU를 컨테이너선이 처리했다.
한 척당 처리하는 컨테이너는 970TEU 수준에 불과하다. 입출항을 모두 포함한 수치이기 때문에 약 500TEU의 화물을 인천항에 내리고, 비슷한 규모의 화물을 싣는 작업이 이뤄지는 셈이다.
인천항의 대표적인 컨테이너 전용 부두인 인천 신항은 8천~1만TEU 급 선박이 화물을 모두 채워 접안할 수 있는 규모를 갖추고 있다. 이를 위해 항로 수심도 16m를 유지하고 있지만 인천항을 오가는 선박은 2천~3천TEU급 다수를 이루고 있으며, 이마저도 모두 채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세계적으로 선박 대형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최대 2만4천TEU급 선박이 운항되기도 한다. 부산항은 1만TEU급 이상 선박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2만TEU급 선박도 자주 오가고 있다.
반면 인천항은 주 1회 1만TEU급 입항하는 것이 전부다.
이마저도 한 차례 입항할 때 인천항에서 처리하는 화물은 2천TEU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항을 오는 선박의 규모가 작고, 선박 당 처리하는 컨테이너 물동량이 적은 이유로는 중국 비중이 크다는 점이 꼽힌다.
부산항은 2만TEU급도 상당수 오가
對중국 60% 차지 척당 처리량 소수
한국과 중국을 오가는 선박 모두(남중국 제외) '항권'이라는 권리를 토대로 운영된다. 한국과 중국의 합의로 이뤄지는 항권 제도는 한 척당 1천TEU 이상을 처리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인천항은 대 중국 컨테이너 물동량이 전체의 60%를 차지하면서 항권의 영향을 받는 선박이 많고, 척당 처리 물동량이 크게 늘기 힘든 구조다.
또 지리적으로 미국이나 유럽 등 원양항로를 오가는 선박이 대형화되고 있지만, 인천항은 70개 컨테이너 정기항로 중 미국을 가는 항로가 1개에 불과하다. 수입 화물 대비 수출 화물이 적다는 점도 인천항의 단점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인천항이 가진 인프라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천항의 컨테이너 생산성도 세계 평균에 미치지 못한다는 분석 결과도 있다.
인천 항만업계 관계자는 "인천항이 가진 인프라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선박 대형화가 이뤄져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수출 화물이 늘어나는 것이 중요하지만 최근 수 년간 변화는 크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정운기자 jw33@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