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 한 미신고 장애인 거주 시설에서 학대 사건이 벌어져 경찰이 수사(9월12일자 6면 보도='손발 묶였던 장애인들' 구출돼도 갈곳없다)에 나선 가운데 이 시설은 이미 7년 전에도 미신고 시설로 적발돼 과태료 처분을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시설 운영자인 60대 여성이 장애인복지법을 위반했는지와 장애인 명의로 나오는 연금을 부정 수급했는지도 살피고 있다.
■ 지자체 관리·감독 사각지대 '미신고 시설'
13일 경인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장애인 학대 사건이 발생한 인천 부평구 장애인 거주 시설은 지난 2016년 미신고 상태에서 시설을 운영하다 과태료 처분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관련 법상 장애인 거주 시설은 담당 지방자치단체에 사회복지시설로 신고하고, 주기적으로 지도·점검을 받아야 한다. 이를 어길 경우 지자체는 1차 개선 지시 후 시설 폐쇄까지 명령할 수 있다. 또 사회복지시설로 신고하지 않고 장애인복지시설을 운영한 경우 시설 운영자는 1년 이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2016년 당시 적발 '과태료 처분'
지자체 정기 지도점검 받았어야
보건복지부는 지자체별로 미신고 시설을 파악하고 폐쇄 조치 등을 위한 상시 관리체계를 마련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미신고 시설은 주소지 등이 특정되지 않아 주민 제보나 내부 고발이 아니고서는 적발이 어려운 실정이다.
김호일 인천장애인권익옹호기관 관장은 "미신고 시설은 지자체가 전수 조사를 하더라도 찾기 어렵다"며 "명예 사회복지 공무원이나 통·반장 등 인근 주민이 주의 깊게 살펴보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미신고 시설은 지자체 관리·감독 대상에서 제외되다 보니 시설 이용자들이 학대 등 범죄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장애인복지시설이 중증장애인을 받길 꺼려서 미신고 시설을 오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장종인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 사무국장은 "시설에 입소한 중증 발달장애인은 무연고자이거나 가족이 부양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경우가 많다"며 "우리나라는 자립 생활 인프라도 아직 확대되지 않은 상태라 거주 시설에 들어가지 못하면 부득이하게 미신고 시설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 수사 당국, 장애인연금 등 부정 수급 여부 조사
경찰은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입건한 60대 목사 A씨에 대해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장애인연금법 등의 위반 여부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학대를 당한 장애인 대부분은 기초생활보장수급자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의 주소지는 인천(부평구·계양구·서구), 경기, 서울 등이며, 각 지자체에서 기초생활수급비와 장애인연금을 받아왔다. 중증 장애인은 기초생활수급비와 장애인연금 등을 합쳐 매달 80만원까지 받을 수 있고, 이를 관리하는 '급여관리자'를 지정할 수 있다.
"무연고자 등 부득이 시설 택해"
경찰, 수급비 빼돌렸는지 확인중
이 경우 담당 지자체 등은 정기적으로 수급자의 실제 수급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경찰은 A씨가 지인들을 급여관리자로 지정한 뒤 시설에 있던 장애인들의 기초생활수급비 등을 수급했을 것으로 보고 혐의 입증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해당 사건을 수사 중인 인천삼산경찰서 관계자는 "구체적 내용은 확인해줄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