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다지 거슬리지도 않고 생활에 지장이 있는 정도는 아니라 딱히 치료할 마음까진 생기지 않았지만, 주변 사람들이 그냥 놔두면 청력을 잃을지 모른다고 겁을 주기에 가까이 지내는 이비인후과 의사 선생님에게 어떻게 치료하는 게 좋을지 물어보았다. 의사 선생님은 이명에는 별다른 치료법이나 특효약이 없고 그저 충분한 휴식과 잠이 필요하다고 조언하며 본인도 가끔 귀에서 소리가 들린다고 덧붙인다.
별다른 치료법이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던 것은 병원을 오고 가며 이런저런 검사를 받는 일을 번거롭게 여겼기 때문만이 아니라 이토록 시끄러운 세상에 나만 조용히 살 수는 없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만 아는데 남들은 모르는 이명
남들 아는데 나만 모르는 코골이
일찍이 연암 박지원은 이명과 코골이를 글 짓는 일에 비유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한 어린아이가 뜰에서 놀다가 갑자기 귀가 울자 놀라 기뻐하면서 이웃집 아이에게 말했다. '너 이 소리를 들어봐라. 내 귀에서 앵앵 소리가 나는데 마치 피리 소리 같아서 동글동글 별 같다.' 이웃집 아이가 귀를 기울여 서로 대보았지만 끝내 듣지 못하자 아이는 슬피 울면서 자기에게 들리는 소리를 남이 듣지 못하는 것을 한스러워했다."
"한번은 시골 사람과 함께 잠을 자는데, 코 고는 소리가 우렁차서 어떤 때는 토하는 것 같고 어떤 때는 휘파람 부는 것 같고 어떤 때는 탄식하는 것 같고 어떤 때는 우는 것 같고 어떤 때는 불을 부는 것 같고 어떤 때는 솥 안의 물이 끓는 것 같고 어떤 때는 빈 수레가 덜컹거리는 것 같고 숨을 들이쉴 때는 드르렁거리며 톱질하는 소리가 나더니 내 쉴 때는 새끼돼지가 씩씩대는 소리가 났다. 다른 사람이 흔들어 깨우자 벌컥 화를 내면서 '나는 코를 곤 적이 없다'고 하였다."
이 이야기를 전하며 연암은 이렇게 탄식했다.
"자기 홀로 아는 경우는 늘 남이 몰라줄까 걱정하고 자기만 깨닫지 못하는 경우는 다른 사람이 먼저 깨우쳐주는 것을 싫어한다. 귀가 우는 것은 병인데도 남이 알아주지 않는 것을 슬퍼하는데 하물며 병이 아닌 경우이겠는가. 코를 고는 것은 병이 아닌데도 남이 깨우쳐주면 싫어하는데 하물며 병인 경우이겠는가. 어찌 귀가 울고 코를 고는 경우에만 이런 병이 있겠는가."
연암 박지원 일찍이 다른점 간파
나이 예순 이순은 커녕 이명 생겨
더 잘 들으라는 몸의 신호 아닐까
이명과 코골이의 괴로움이 어떻게 다른지 절묘하게 간파한 연암의 글을 읽으며 나는 무릎을 쳤다. 과연 그렇다. 이명은 나는 아는데 남들은 모르는 고통이고 코골이는 남들은 다 아는데 나만 모르는 병통이다.
공자는 나이 예순에 이순(耳順)이 되었다고 했는데 나는 이순(耳順)은커녕 이명(耳鳴)이 생겼으니 귀가 순해지지는 못하고 귀가 우는 소리를 듣게 된 것이다. 이순은 청력이 좋아졌다는 뜻이 아니라 세상의 소리를 더 잘 듣게 되었다는 뜻일 테다. 귀는 본래 소리를 듣는 기관이지 소리를 내는 기관이 아닌데 귀가 소리를 내는 것은 실은 더 잘 들으라는 몸의 신호가 아닐까. 나의 이명은 아무래도 그간 내가 세상의 소리를 잘 듣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나는 새삼 안팎의 소리에 골똘해졌다. 어느덧 매미 소리가 잦아들고 귀뚜라미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가을이 오는 소리다.
/전호근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