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학대 의혹 종교시설 반대로 설치된 정문 도어락
11일 오전 인천시 부평구의 한 종교시설 정문에 도어록이 반대로 설치된 채 잠겨있다. 지난달 이곳에서 영양상태가 좋지 않은 장애인 10명이 발견돼 단기보호시설 등으로 옮겼지만 해당 시설에서 장기간 돌볼 여력이 되지 않아 추석 전까지는 다른 곳으로 옮겨야할 처지에 놓여있다. 2023.9.11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인천 한 종교시설에서 생활하던 장애인들이 학대(9월1일자 인터넷 보도=인천 한 종교시설에서 장애인 학대 정황 드러나)를 당해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이들을 받아주겠다는 시설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31일 인천 부평구 한 종교시설에서 "장애인 학대가 의심된다"는 112신고가 접수됐다. 처음 이 제보를 받은 인천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해당 시설을 방문했으나 문이 잠겨 있자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 문을 강제로 열고 진입한 경찰은 장애인 10명을 확인했다.

영양 상태가 좋지 않았던 이들 중 일부는 손발이 묶여 있거나 몸에서 상처가 발견됐다. 이곳은 사회복지시설로 등록되지 않은 '미신고' 시설인 것으로 조사됐다.

부평구 종교시설 '학대 의심' 신고
경찰, 강제진입 10명 구조 작업


학대를 당한 장애인들은 20대~50대 남녀 10명으로, 모두 중증발달장애인이다. 이들은 현재 인천 한 장애인 거주시설(4명), 장애인 단기보호시설(2명), 병원(2명), 학대피해장애인쉼터(2명) 등에서 머물고 있다. 이 중 거주시설과 단기보호시설에 있는 6명은 당장 이달 추석 전까지 다른 곳으로 옮겨가야 할 처지다.

해당 시설에서 중증발달장애인을 장기간 돌볼 여력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인천장애인권익옹호기관 등은 이들을 받아줄 시설이 있는지 서울, 경기 등 수도권은 물론 충청권역(세종시 등)에도 알아봤지만, 정원이 모두 찼거나 중증발달장애인 입소를 꺼리는 상황이라고 한다.

김호일 인천장애인권익옹호기관 관장은 "분리 조치, 병원 치료 등 긴급한 조치는 모두 취한 상태"라면서도 "다른 지자체까지 알아보고 있지만, 갈 곳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단기보호시설 등 분산 임시 거처
'중증' 입소 꺼려… 지낼 곳 막막


그나마 이번 사건 피해자 2명을 비롯한 4명을 보호하고 있는 학대피해장애인쉼터는 정원(8명)이 아직 차지 않은 상태다.

쉼터는 8㎡가량의 좁은 방 4개를 남녀가 2개씩 사용하는 곳이다. 학대 피해를 당한 중증발달장애인은 24시간 집중 돌봄이 필요한데, 현재 학대피해장애인쉼터의 돌봄 인력은 센터장을 포함해 4명뿐이라 더는 중증장애인을 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인천시와 부평구는 이달 안으로 이들의 전원이 가능한 시설을 찾아보고, 자립 지원이 가능한지도 검토할 계획이다.

부평구 노인장애인과 관계자는 "피해 장애인 대부분이 가족이 없거나, 있어도 부양 의사를 밝히지 않아 갈 곳이 없는 상황은 맞다"며 "이달 안으로 머물 곳을 더 찾아보고, 없다면 현재 시설에 거주 연장을 요청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