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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인수 주필
식민의 강과 전쟁의 강. 대한민국 현대사의 발원지다. 역사의 두물머리에서 대하로 합수해 대해로 흐르기에 넉넉한 세월이 흘렀다. 세월이 모자랐다 해도 지금쯤이면 두물머리 근처에 도달하기엔 충분했다. 불운한 역사는 화해하기 힘든 법인가. 식민의 강과 전쟁의 강은 자기 물줄기를 고집하며 오늘도 대한민국을 갈라치며 흐른다.

보수와 진보는 정체성을 길어 먹는 역사의 우물이 다르다. 전쟁의 강은 보수의, 식민의 강은 진보의 상수원이다. 서로 다른 물을 먹는 동안 한국 정치에 망조가 들었다. 역사를 편식한 여야의 정쟁 앞엔 과학도 상식도 무의미하다. 진보는 슬그머니 남침의 앞잡이 정율성의 기념공원을 조성하려다 들키고, 보수는 공개적으로 홍범도 흉상 이전을 결정해 스스로 역사의 편식을 증명한다.

 

진보와 보수는 식민의 강과 전쟁의 강에 댐을 세워 정쟁의 동력을 발전한다. 보수와 진보에게 두 역사의 합수는 존재의 상실이다. 대장동의 이재명이 살려면 윤석열은 일본의 앞잡이가 돼야 한다. 진보 정권의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리려면 공산전체주의에 호응하는 진보의 실체를 드러내야 한다. 합수한 정사(正史)가 없으니 야사(野史)가 판을 친다. 판을 치는 것도 모자라 정사를 왜곡해 현재를 오염시킨다.

식민의 강과 전쟁의 강, 자기 물줄기 고집
보수·진보에게 두 역사 합수는 존재 상실

역사로 분리된 국민의 화합은 불가능하다. 역사적 적대는 전쟁의 서막이다. 역사의 거울을 따로 쓰는 정치 내전으로 국가의 정기가 탁해졌다. 대통령과 야당의 극한 대립으로 정부와 국회는 정상 국가의 행정·입법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됐다. 사법부도 붕괴됐다. 법원의 판결과 검·경의 수사는 정권에 부역한다. 문재인은 박근혜의 대법원장을 탄핵했고, 윤석열은 문재인의 대법원장을 탄핵할 기세다. 문재인의 검찰이 덮었던 수사를 윤석열의 검찰이 열심히 파고든다. 사법 정의가 무너진 자리에서 대중은 사적 복수를 열망하고 실행한다.

언론의 붕괴는 결정적이다. 조선왕조실록은 사초를 목숨으로 지킨 사관들 덕분에 명실상부한 '실록'으로 남았다. 진실에 목숨을 걸었던 대한민국 언론의 역사가 있었다. 과거의 일이 됐다. 제도권 언론들이 독립언론의 조작보도를 확인 없이 전파했다. 법에 앞섰던 언론 윤리를 매장했다. 대선 결과가 뒤집혔다면 대선 결과로 고통받는 현실은 없었을 테다. 정치적으로 분리된 미디어 시장에서 언론은 중간 없이 극단으로 갈라져 진영의 파수꾼으로 전락했다. 부끄럽다.

국가의 동력인 행정과 입법이 기능을 상실하고 사회의 정화기인 사법과 언론이 무너지면서 민생은 혼란에 갇혔다. 학교는 혼란의 도가니, 대한민국의 자화상이다. 교육의 성소가 교사와 학부모의 적대로 무너졌다. 무소불위의 아동보호법으로 무장한 학부모에게 교사는 고양이 앞의 쥐가 됐다. 불가촉 귀족이 된 학생들은 학교에서 민주와 공화의 가치가 아니라, 차별적인 권력의 본질을 학습한다. 미래는 암울하다.


언론의 붕괴는 결정적… 진영 파수꾼 전락
역사의 마군들이 득실대는 정치를 멈춰야

자본에 착취당했던 노동이 이젠 자본을 핍박한다. 노동귀족은 진보의 구호로, 건설조폭은 보호비로 자본을 침식한다. 모든 자본이 악이 아니듯 모든 노동이 선이 아님이 밝혀지자, 자본과 노동의 전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지방자치는 한 세대만에 국민 혈세를 효율적으로 말아먹는 생태계를 만들었다. 시중은행에 680조원을 빚진 서민들은 빚 갚느라 은퇴도 미루고 연중무휴 강제노동을 이어간다. 도저히 아이를 낳아 키울 사회가 아니다. 이렇게 합계출산율 최저의 인구소멸 0순위 국가 대한민국이 됐다.

불안하고 초조하다. 광복 70여년 만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룬 압축 역사로 우뚝 선 나라다. 그런 나라가 광복 80년을 앞두고 분리된 역사의 강을 거슬러 해방공간으로 퇴행 중이다. 흥(興)과 성(盛)에 작동한 압축 역사가 망(亡)과 쇠(衰)를 예외로 둘리 없다. 1세기 만에 흥망성쇠를 압축하는 역사라면 끔찍하다. 선생님들은 교육 정상화를 위해 교육을 하루 멈춰 세웠다. 멈출 것은 교육이 아니라 정치다. 나라와 국민의 미래를 삭제하는 역사의 마군이들이 득실대는 바로 그 정치이다.

/윤인수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