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떡은 우리 고유의 곡물 요리로 명절과 잔치 등의 각종 의례 때 쓰인다. 떡이 등장하는 고대 문헌으로 '삼국사기'가 있다. 유리왕 원년(298) 석탈해와 유리가 왕위를 놓고 서로 사양하다가 병을 깨물어 생긴 잇자국의 숫자가 유리가 더 많아 그가 왕이 되었다는 기록이다. 이로 미루어 떡은 농경사회인 한국에서 오래전부터 시작된 음식임을 미루어 알 수 있다. 농경사회답게 우리에게는 다양한 떡이 있다. 초하루 중화절의 송편(노비송편)을 비롯해서 삼짇날의 진달래 화전, 단오의 쑥절편과 인절미, 칠월 칠석의 개 찰떡, 추석의 송편, 구구절의 국화전, 동지 팥죽과 섣달그믐의 시루떡 등을 꼽을 수 있다.
기록상 송편이 명절 음식으로 등장하는 것은 15세기 문신이자 서예가로 알려진 이문건(1494~1567)의 일기에서다. 송편은 멥쌀을 기본으로 콩 · 깨 등 다양한 곡물을 소로 사용한다. 송편(松 ), 송병(松餠)이란 말에서 알 수 있듯 솔잎이 들어가며, 만두처럼 반원 형태로 만든다. 이는 초승달에서 보름달로 변화하는 달의 모양에 따른 것이라 한다. 대표적인 추석 명절의 음식이다.
송편은 대표적인 세시풍속 음식답게 여러 문헌에 등장한다. 김매순의 '열양세시기'와 홍석모의 '동국세시기'를 보면 '쌀로 만두 모양으로 빚는다'는 기록이 나오며, 허균의 '성소부부고'와 '도문대작'에도 송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도문대작(屠門大嚼)'은 푸줏간 앞에서 입맛을 다신다는 뜻으로 제목도 재미있지만, 1611년 유배를 간 허균이 적소(謫所)에서 형편없는 음식을 먹게 되자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해 예전에 먹었던 조선 팔도의 좋은 음식에 대해 기록한 음식 기행이라 할 수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10일 기준 참깨 · 녹두 · 팥 · 서리태 · 밤 등 송편에 들어가는 소 가격이 품목에 따라 각기 3~42%로 크게 올랐다. 이에 따라 송편값이 예년에 비해 20%가량 올랐다. 여기에 쌀과 설탕도 각각 27%, 23%가량 뛰어 서민들의 장바구니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아무리 국내외 기상이변과 작황 및 공급량 부진이 원인이라고는 하지만, 먹거리 물가에 대한 당국의 선제적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 이러다 명절 음식도 제대로 못 챙겨 먹는 시대가 올까 걱정된다. 송편 없는 추석은 상상하기도 싫다.
/조성면(객원논설위원,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