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기후동행카드 도입시행 설명회 개최
오세훈 서울시장이 11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기후동행카드 도입시행 기자설명회에서 브리핑하고 있다. 2023.9.11 /연합뉴스

 

서울시가 내년부터 월 6만5천원짜리 지하철·버스 등 대중교통 무제한 이용 통합정기권 '기후동행카드' 제도를 도입하기로 하면서 서울시·인천시·경기도 등 수도권 3개 시도 간 관련 논의가 시작될 전망이다.

수도권 3개 시도는 버스와 광역철도 노선이 긴밀하게 연결돼 있어 서울시가 이른바 '대중교통 요금 정액제' 도입을 추진하는 이상 인천시·경기도 또한 서울시 정책 방향을 따라갈 수밖에 없는 여건이다.

인천시민과 경기도민이 대중교통 무제한 이용 혜택을 받지 못한다면, 단체장 입장에서 정치적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앞으로 수도권 3개 지자체 간 재원 분담, 지역 내 도입 범위, 정부 대중교통비 환급 제도 'K패스'와의 중복 문제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서울시의 사전 협의 없는 '일방적 발표'에 대해 인천시와 경기도는 일제히 우려를 표했다.


지역혜택 제외땐 단체장 '정치 부담'
준공영·무임승차 손실 공통과제속
재원분담·K패스와 중복 해결해야

경인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인천시 담당 부서는 11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직접 발표한 서울시 기후동행카드 제도 자체를 알지 못했다.

인천시 교통정책과 관계자는 "서울시로부터 사전 협의 요청이 없었고, 사업 내용도 공유되지 않았다"며 "현시점에서 서울시가 어떻게 정책을 설계했는지 파악하지 못해 구체적 사업 검토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날 경기도도 "사전 협의 없는 일방적 발표"라며 우려했다.

다만 인천시는 서울시 통합정기권 운영 취지는 공감하고 있다. 고물가 추세 속 가계 부담을 덜고 기후위기를 대응해야 하는 측면에서 대중교통 이용 활성화는 필요하며, 수도권 3개 시도가 공동으로 대응하는 게 효과적일 것이라는 게 인천시 입장이다. 인천시·경기도·서울시가 기후동행카드 도입 협의를 본격화한다면, 내년 1~5월 시범 사업에 인천시가 참여할 여지를 남긴 것이다.

재원 분담 등 수도권 3개 시도가 풀어야 할 문제는 많다. 서울시는 내년 기후동행카드 시범 사업에 필요한 재원을 약 750억원으로 추산했다. 정액제 요금 할인에 따른 손실 규모로, 서울 시내에서 지하철을 타서 인천·경기 지역에서 내릴 때 발생한 손실까지 포함한 계산이라는 게 서울시 설명이다.

기후동행카드의 할인 요금은 서울 시내에서만 적용되므로, 서울에서 승차한 지하철 이용객이 서울 경계 밖을 벗어난 인천·경기에서 내리는 요금 할인도 서울시가 자체 부담하는 구조다.

서울시 교통정책과 관계자는 "현재 필요 재원을 750억원으로 추산했으나, 제도 시행으로 대중교통 이용률이 높아지면 손실 규모를 보정할 수 있다"며 "인천시와 경기도가 제도에 동참한다면 재원 분담을 통해 지자체별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 무상대중교통정책 지향 '차이'

인천시에 기후동행카드 등 대중교통 요금 정액제가 도입될 경우 시내버스 손실보전금을 지원하는 준공영제에 어떻게 연계할지도 검토해야 한다. 지하철 적자 문제의 주요 요인인 '법정 무임승차 손실금'을 어떻게 해소해야 할지는 수도권 3개 시도의 공통적 과제다. 준공영제와 법정 무임승차 등 기존 '돈 먹는 하마'를 놔두고 재정 부담이 큰 통합정기권을 추가로 도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천에서 '인천무상교통조례제정운동본부'가 지난 5월부터 주민조례 청구로 추진 중인 대중교통 '3만원 프리패스(정액권)' 지원 조례 제정 운동(9월8일자 1면 보도=시민들 "3만원 프리패스 시급"… 인천시 "정부와 재정분담 타당")에는 긍정적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인천 시민사회에서 추진하는 대중교통 정액제 도입 취지는 서울시 기후동행카드와 거의 같다. 그러나 인천 3만원 프리패스 지원 조례 제정 운동은 무상 대중교통 정책으로 향하는 길목이라는 점에서 서울시 정책과 차이가 있다.

주민조례 청구 대표자인 문영미 정의당 인천시당 위원장은 "서울시가 대중교통 요금 정액제 도입을 발표하기 전 사회 공감대 형성이나 전문가 토론 과정이 없었다"며 "'K패스' '알뜰교통카드' 등이 대세가 되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가 급조한 정책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