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의 참성단은 국조(國祖)인 단군에게 제사를 올리는 제천행사와 함께 전국 체전 같은 국가의 중요한 행사 때 성화를 채화하는 유서 깊은 사적이다. 참성단의 제천행사나 제사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고려 원종 11년(1270년), 조선 인조 17년(1639년), 숙종 26년(1700년) 등에 고쳐 쌓았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이로 미루어 참성단의 제천행사가 오랜 세월 동안 이어져왔음을 알 수 있다. 기록상 참성단 천제에 대해 가장 빠른 것은 고려 원종 5년(1264년)으로 몽골에 입조해야 하는 위기 상황에서 국왕이 직접 제사를 지내는 친초(親醮), 즉 국가 제사로 치러졌다는 기사다.
강화 마니산 제단 국가중요행사 성화 채화
천원지방론 외에 주역의 '우주철학'도 반영
참성단은 천원지방(天圓地方), 이른바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난 모양이라는 고래(古來)의 사상에 따라 조성됐다. 제단 아래는 하늘을 상징하는 둥근 모양으로, 제단 위쪽은 땅을 상징하는 네모 모양으로 만들어졌다. 천원지방론(論)은 중국 후한 시대의 천문서인 '주비산경(周비算經)'에 처음 등장하며, 수원 화성의 용연을 포함해서 한국식 정원들은 모두 이 같은 천원지방의 원리에 따라 연못은 네모난 모양으로 그리고 연못 중앙의 섬은 둥근 모양으로 만들었다.
그런데 참성단은 단지 천원지방론만을 따른 것이 아니라 '주역'의 우주철학을 반영하고 있다. 현재 통용되고 있는 '주역'은 '상경'과 '하경'에, 공자가 정리한 십익(十翼)을 포함하여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주역'의 '상경'에 등장하는 열한 번째 괘가 바로 지천태(地天泰)인데, 참성단이 바로 이 지천태괘 형상이다.
괘사는 '태괘는 작게 가고 크게 오는 모습으로 길하고, 형통하다(泰, 小往大來, 吉, 亨)'이다. '주역'에 따르면 하늘은 귀하고 높으며 땅은 낮고 비천하다는 것인데, 지천태괘는 하늘이 아래에 있고 땅이 하늘을 딛고 위에 있는 형상이다. 역설적인 괘사인데 이를 태평한 괘라 했고, '도올 주역 강해'에서는 '하느님을 예찬하며 제사를 지낼 만하다'는 해설을 덧붙여 놓았다. 지천태괘 형상을 지닌 참성단에서 제천행사를 하는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이렇듯 태괘는 하늘과 땅이 교섭하고 서로 자리를 바꾼 모양인데, 천지가 교류하며 소통하니 태평하다는 것이 괘사의 해석이다. 참고로 도올은 '주역' 중에서도 의리역(義理易)을 집대성한 명말청초의 학자 선산(船山) 왕부지(王夫之)의 '주역'을 연구하여 하버드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필자는 1·2·4권만 남은 낙질본 '주역'을 소장하고 있는데, 이 책은 선조 29년(1606년)에 금속활자로 언해하고 인쇄한 판본을 토대로 순조 20년(1820년)에 다시 인출된 활자본이다. '주역언해' 또는 '역해(易解)'라고도 하는데, '주역' 원문을 한글로 언해한 것으로 모두 9권 6책 분량이다. 판형은 가로세로 32×21㎝에 오침안(五針眼) 선장(線裝)으로 사엽내향어미(四葉內向魚尾)다. 귀중본으로 현재 동일한 책이 서울대 규장각 등에서 소장하고 있다. 요즘의 '주역'들도 대개 선조 연간에 나온 언해본을 참고하여 이를 다시 보완한 것이 대다수다. 그러니까 참성단은 천원지방의 형태에 천하태평을 기원하는 지천태괘를 따서 만든 역사유적으로 하늘과 땅이 서로 자리를 바꿔 교섭하고 소통하는 형상인 것이다.
경인일보 코너 하늘과 땅·사람들 가교역할
이동관 위원장, 지천태괘 의미 되새겼으면
경인일보의 '참성단'은 이처럼 하늘과 땅, 사람과 사람이 소통하고 교섭하는 가교로서의 역할을 자임하는 공론장(公論場)으로 선승들의 쉼터인 지대방처럼 자유롭게 쓰고 소통하는 코너다. 언론은 지천태괘처럼 역사의 현장을 지키며 시민과 사회와 소통하는 언어의 참성단이다. 그런데 이동관 신임 방통위원장의 생각은 이와 다른 모양이다. 나에게 비판적이면 다 개혁의 대상으로 보는 듯하다. 하늘과 땅이 서로 자리를 맞바꾸며 소통하는 것을 태평한 괘라고 하는 지천태괘의 의미와 가르침을 함께 되새겨 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조성면 객원논설위원·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