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전공 교수들도 당혹스럽다. 학생들에게 언론자유는 민주주의의 필수조건이라고 가르쳐왔다. 언론은 권력을 비판한다. 언론은 제4의 권력이다. 기자는 매력 있는 직업이다. 언론의 생명은 신뢰와 공정이고, 직업윤리가 중요함을 강조했다.
언론의 힘은 어디에서 오는가. 누가 그들에게 권력을 주었는가. 대통령, 국회의원을 비롯한 선출권력은 유권자가 선택했다. 선거로 권력의 정당성을 획득한다. 공권력(公權力)은 국가제도에서 기인한다. 공무원은 엄격한 절차를 통해 임용된다.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법에 의해 자신의 임무를 수행한다. 사익은 배제된다. 언론은 어떤가? 그들은 권력 비판을 자임(自任)했다. 아무도 그들에게 권력 비판을 요청하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들의 신뢰가 쌓이고 역할을 인정받았다. 그 과정에서 종사자들의 직업윤리가 중요했다. 신뢰와 윤리를 상실하면 그들의 설 곳은 없어진다.
모든 것 바꿔버린 '미디어의 변화'
언론인 신뢰·윤리 상실땐 설곳 없어
언론인도 자신의 처지를 잘 알고 있다. '한국기자협회'는 기자들의 임의단체다. 기협은 자율 윤리강령을 선포하고 이의 준수를 국민에게 약속했다. 기협의 '언론윤리헌장'은 '언론은 시민을 위해 존재하며, 시민의 신뢰는 언론의 가장 소중한 자산이다'로 시작한다. 이어서 '모든 정보를 성실하게 검증하고 명확한 근거를 바탕으로 보도'하며 '높은 도덕성을 유지하고 언론의 힘을 사적으로 남용'하지 않고 '취재 과정에서 알게 된 정보를 이용해 금전적 또는 사적 이익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천명한다. 신뢰와 윤리가 자신들의 권력의 원천임을 인정하고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뉴스타파'와 '머니투데이'도 기협에 가입되어 있다. 그들만이 아니다. '뉴스타파'를 인용보도한 대부분의 언론사도 기협 회원사다. 'JTBC', 'KBS', 'TBS'는 대국민사과를 했다. 그들은 '언론윤리헌장' 위반을 인정한 것인가.
언론인의 윤리에 대한 논의는 과거에도 많았다. 언론을 자임한 'PD수첩'은 '가짜 광우병 소 화면'으로 법원의 판결을 받았다. 당시에는 언론의 자유를 인정하여 무죄가 되었다. 김의겸 씨는 신문기자와 청와대 대변인을 역임했다. 재직 중 특혜대출 의혹을 받아 '흑석선생'이라는 칭호를 얻었다. 이후 국회의원으로 변신했다. 선출권력으로 인정받은 셈이다. 지금은 '김만배-신학림의 가짜뉴스'다. 김만배씨는 대장동 사건의 핵심인물이다. 그 역시 사회생활의 대부분을 기자로 일관했다. 신학림씨는 전국언론노조의 위원장을 역임했다. 다른 노조원의 신망을 받았을 것이다. 결국 가짜뉴스와 돈을 바꾼 것 아닌가. 그는 그 돈이 책값이며 그만한 값어치가 있다고 주장한다. 국민들은 분노한다.
미심쩍은 인터넷 언론 뉴스 인용
"경쟁속 어쩔수…" 면책사유 될까
기협 '윤리헌장' 다시 읽을것 권한다
아날로그 시대에 교육을 받은 기성세대는 기자를 '무관(無冠)의 제왕(帝王)', '민중의 목탁(木鐸)'이라고 배웠다. 지사(志士)형 언론인이다. 기본적으로 기자를 엘리트로 존중했다. 인터넷이 활성화되면서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하고 유통할 수 있게 되었다. 누구나 기자이고 언론사를 만들 수 있는 세상이 된 셈이다. 유튜버는 금전적 이익으로 움직인다. 필요하면 사실왜곡도 서슴지 않는다. 도를 지나치는 그들에게 MZ세대는 '기레기'라는 이름을 만들어주었다.
미디어의 변화는 모든 것을 바꾸었다. 언론인과 언론자유도 새롭게 정의되어야 한다. 오랜 전통의 기성 언론도 반성해야 한다. 미심쩍은 인터넷언론의 뉴스를 인용하면 면책사유가 될 수 있을까. 아마도 그들은 경쟁 환경에서 어쩔 수 없었다고 대답할 것이다. 진정한 언론인을 자부하는 이들에게 기협의 '언론윤리헌장'을 다시 읽을 것을 감히 권고한다. 상황이 변해서 자율헌장을 준수할 수 없다면, 그에 합당한 결론을 내려야 한다. 아무도 언론에 권력을 부여하지 않았음을 상기해야 한다. '언론윤리헌장' 역시 아무도 강요하지 않았다.
/이영철 협성대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