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거리에서 보더라도 실제보다 가까이 있는 느낌을 주는 색을 '진출색'이라고 한다. 따뜻한 느낌을 주거나, 명도와 채도가 높은 색, 유채색 등이다. 대표적인 진출색 중 하나가 노란색이다. 사실 빨간색이 노란색보다 눈에 잘 띄는 진출색이다. 하지만 빨간색은 어두운 곳에서 취약하다. 사람의 눈이 빨간색보다 노란색을 발견할 확률이 1.2배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그래서 일상생활에서는 노란색이 주의를 끄는 데 더 적합하다. 노란색은 또 망막 위에서 넓게 퍼지는 성질이 있어 다른 색채보다 크게 보인다. 어린이 보호차량이 노란색인 이유다.
통학버스가 처음 노란색으로 표준화된 나라는 미국이다. 1939년 통학버스의 색상, 길이, 통로 너비 등을 정하기 위한 콘퍼런스가 열렸는데 페인트 전문가들 사이에서 '색깔론'(?)이 난무한 끝에 노란색이 채택됐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1997년에 도입돼 '어린이=노란색'이란 공식이 탄생했다.
이런 배경을 차치하더라도 어린이 하면 떠오르는 색은 노란색이다. 노란색 옷을 입은 어린이는 영락없는 노란 병아리다. 계절 중에서도 '개나리 노오란' 봄은 동심과 가장 닮았다.
그런데 이 노란 버스 때문에 동심이 멍들고 있다고 한다. 법제처가 지난해 10월 어린이 통학버스로 신고된 차량(노란 버스)만 수학여행이나 체험학습의 이동수단으로 쓸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은 후, 노란 버스를 구하지 못한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서 2학기에 계획한 수학여행이나 체험학습 일정을 취소하는 일이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인천의 경우, 전체 전세버스 950여대 중 어린이 통학버스 규정에 맞게 신고된 차량은 30대에 불과하다고 하니 품귀현상이 벌어지는 게 당연하다. 코로나 19에 이어, 밖에서 뛰어놀고 싶은 동심을 가로막는 또 하나의 복병이 출현한 셈이다. 잔뜩 들떠있다가 시무룩해진 자녀를 보는 학부모들의 마음도 편치 않다.
이런 가운데 인천시교육청이 과감히 법제처의 유권해석에 '반기'를 들어 주목된다. 시교육청은 최근 각 유치원과 학교에 "어린이 통학버스가 아닌 일반 전세버스로 현장체험학습을 위해 이동하다 사고가 발생하면 그 법적 책임은 시교육청이 지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다른 교육청은 어떤 행보를 취할지 궁금해진다. 어린이의 안전과 동심 사이에서 여러모로 고민이 많은 시대다.
/임성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