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탕후루(糖葫蘆)'를 가장 먼저 팔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 인천 중구 차이나타운 일대가 '탕후루 열풍'에 몸살을 앓고 있다.
12일 오전 10시30분께 인천 중구 차이나타운. 차이나타운에 들어서자마자 과일 꼬치에 설탕을 입힌 중국 간식 탕후루를 손에 든 사람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이들은 다른 가게 앞이나 그늘진 곳에서 과일을 입에 넣거나 꼬치를 든 손을 멀리 뻗어 사진을 찍고 있었다.
차이나타운은 국내 탕후루의 원조로 불리는 곳이다. 화교(華僑)들이 2010년대 초반 탕후루를 처음 선보인 뒤 차이나타운의 별미로 입소문이 났다. 탕후루는 짜장면과 함께 차이나타운 관광객들이 즐기는 필수 간식이 됐다.
하지만 차이나타운이나 개항장 일대 가게 주인들에게 탕후루는 골칫거리다. 탕후루를 든 손님들이 바닥에 설탕 시럽 등을 흘리는 일이 많은 데다, 나무 꼬치나 종이컵 등 쓰레기를 아무 데나 버리고 있기 때문이다.
설탕시럽 흘리고 쓰레기 무단투기
카페·편의점·박물관 'NO' 팻말
최근에는 이 일대에 '노(NO) 탕후루존'이 늘고 있다. 이날 차이나타운과 개항장 일대를 둘러보니 '탕후루 반입금지. 다 드시고 들어 오세요'라는 안내문구를 붙여 놓은 카페나 편의점 등이 많았다.
개항장에서 카페 '팟알'을 운영하는 백영임 사장은 "최근 카페를 방문한 아이가 화장실을 갔다가 버려진 탕후루 나무 꼬치에 찔려 종아리를 다치는 일이 생긴 이후 탕후루를 반입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며 "예전에는 월병이나 공갈빵 등 냄새가 나지 않는 외부 음식은 매장 안에서 먹을 수 있도록 했지만, 탕후루 때문에 사람이 다치고 청소가 힘들어져 금지했다"고 설명했다.
박물관들도 탕후루 반입을 금지했다. 단내가 나는 탕후루 때문에 벌레가 많이 생겨 전시품에 피해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차이나타운 짜장면박물관 관계자는 "탕후루를 반입하지 못하게 하자 다 먹지도 않은 탕후루를 입구에 있는 쓰레기통에 그대로 버리는 사람이 늘면서 벌레가 많아졌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웃 상인들의 피해에 탕후루 가게들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나무 꼬치는 매장에 두고 가세요'라는 안내문을 붙인 한 탕후루 가게 관계자는 "길바닥이 끈적끈적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주변 지역까지 주기적으로 물청소를 해주고 있다"며 "매장 앞에 쓰레기통을 가져다 놓고 버려진 꼬치 등 쓰레기를 신경 써서 치우고 있는데 역부족"이라고 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