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방중소벤처기업청과 인천시가 12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개최한 '인천 특성화고등학교 채용 박람회' 현장에 90여개 기업과 학생 2천100여명이 모였지만, 이들이 만나지 못해 썰렁했다. 산업 인력 양성 기관으로서 제 기능을 하기 어려워진 특성화고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장면이라 씁쓸함을 남겼다.
이날 오후 2시 찾은 송도컨벤시아 인천 특성화고 채용 박람회장에는 92개 참가 기업들의 채용 상담 부스가 여섯 줄로 길게 늘어서 있었지만, 상담 부스에 앉은 학생을 보긴 어려웠다. 특성화고 학생들이 박람회장에 없는 건 아니었다. 이날 주최 측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인천 30개 특성화고·마이스터고 학생 2천100여명이 박람회장을 방문했다고 집계했다.
송도 행사현장 2100여명 성황 불구
취업 무관심·'미스 매치' 현주소
박람회장을 찾은 학생들조차 채용 상담에 대한 관심이 대체로 적었다. 이날 기업의 현장 면접을 본 학생은 282명으로 파악됐다. 인천금융고 3학년 김모 양은 "졸업 후 대학에 진학할지 취업할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며 "오늘은 친구들과 둘러보러 왔고 상담받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정보과학고 3학년 김태민 군은 "10월부터 현장실습 참여를 원하는데, 관심 있는 기업이 한 곳뿐이라 그 기업 부스만 방문했다"며 "취업으로 진로를 결정한 친구들은 1학기에 조기 취업을 많이 했고, 2학기는 진로를 결정하지 못한 친구가 많다"고 했다.
대다수 학생은 채용 상담 부스 뒤편에 있는 '반도체·뿌리산업관' '서비스산업관' 등 체험 행사 부스와 세미나(특강) 부스, 카페테리아에 몰려 있었다.
인천의 한 전광판 제조·설치 기업 채용 담당자는 "채용 정원을 확보하고 왔는데, (오후 2시까지) 한 명도 상담하지 않았다"며 "채용 박람회 첫 참가인데 애초 기대보다 관심이 더 적은 것 같다"고 말했다. 회계부서 직원을 채용하고자 온 서울 소재 시스템 관리 기업 관계자는 인천금융고등학교를 짚으며 "이 학교 학생들이 관심을 보였으면 좋겠다"고 했으나, 이때까지 상담한 학생은 2명에 그쳤다.
교육 현장에선 '썰렁한 채용 박람회 풍경'이 본연의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학생 모집조차 어려워진 특성화고의 뿌리 깊은 문제가 표출된 상징적 장면이라고 진단한다. 인천 한 특성화고 교사는 "특성화고가 비선호 고등학교가 되면서 정원을 채우기 어려워지고, 특성화고 진학을 원하지 않는 학생들이 진학해 학업·취업 의욕이 적은 경우가 많다"며 "학생과 기업 간 '미스 매치'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정년 퇴임한 인천 또 다른 특성화고 전직 교사는 "오늘날 특성화고가 활력을 잃은 것은 한두 가지 원인으로 진단할 수 없다"면서도 "중소기업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이 좋지 않은 것도 주요한 원인"이라고 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