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불똥이 한반도에 제대로 튀었다. 러시아-북한 정상회담이 부싯돌이다. 김정은과 블라디미르 푸틴이 13일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정상회담 일정을 시작했다. 실탄이 떨어진 푸틴이 김정은에게 재래무기 지원을 구걸하는 회동이다.
대한민국에게 '2023 푸틴-김정은 회동'은 '1950 스탈린-김일성 회담' 보다 치명적일 수 있다. 김일성은 1950년 4월 모스크바로 달려가 스탈린에게 남침 승인을 간청했다. 미국이 참전할 틈도 없이 3일이면 한반도 적화가 끝난다고 장담했다. 스탈린이 중국 마오쩌둥의 동의를 전제로 승인하자, 김일성은 5월 베이징을 찾아 마오와 입을 맞추고 6·25 남침을 실행했다.
푸틴은 사면초가다. 무기고가 비었다. 프리고진 숙청으로 용병이 흩어져 병력도 모자란다. 김정은에게 재래식 무기는 물론 병력 지원도 요청할 태세다. 김정은의 비용 청구서를 거부할 입장이 아니다. 대한민국과 자유진영은 '김정은 청구서'에 긴장한다. 정찰위성, 핵탄두 소형화, 핵잠수함, 대륙간탄도탄(ICBM) 대기권 재진입 기술 등이 거론된다. 하나같이 핵무장 고도화 기술이다. 먹고 살아야 하니 식량 지원은 빠지지 않을 테다.
러시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다. 북핵 고도화 기술 이전에 합의하면 사실상 러시아의 북한 핵무장 승인이자, 핵무장 강화 지원이다.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북한 핵무장을 부정한 형식적인 안보리 결의와 제재마저 와해된다. 북한의 핵무기 실전 사용을 러시아가 막을 명분도 없어진다. 중국마저 푸틴-김정은 회담을 경계하는 배경이다.
국력의 먹이사슬 안에서 이해관계에 따라 합종연횡하는 국제질서는 어제와 오늘이 다르다. 푸틴-김정은 회동은 대한민국 안보환경의 급변을 예고한다. 러시아 기술로 북한 핵무장이 고도화되면 대한민국 또한 특별한 결단을 고민해야 한다. 핵무장의 가장 확실한 이유는 핵 말고는 자위수단이 없을 때다. 정부는 푸틴과 김정은이 대한민국의 인내의 인계점을 넘지 말 것을 경고해야 한다.
핵폭탄 발명으로 인류는 공포의 균형으로 연명하는 지구 최악의 종(種)으로 전락했다. 하지만 자위 수단이 그 뿐이라면 선택의 여지가 없다. 푸틴과 김정은이 대한민국을 막장에 몰아넣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윤인수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