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상륙작전의 영문 작전명(코드 네임)은 '오퍼레이션 크로마이트'(Operation Chromite)다. '크로마이트'는 크롬철광이다. 인천과 크롬철광의 연관성을 찾기는 힘들다. 크롬은 은백색 광택이 나는 단단한 금속으로, 제철의 원료로 쓰인다. 일각에선 작전 성공에 대한 강철 같은 의지를 담았다고 해석하지만 너무 억지스럽다.
반면 노르망디 상륙작전명은 '오퍼레이션 넵튠(Operation Neptune)'이다. 넵튠은 로마 신화에 나오는 바다의 신(神)이다. 직관적인 작명이다. 인천상륙작전의 작전명이 더욱 생뚱맞아 보인다. 그런데 작전명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적에게 단서를 제공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지명 등 작전을 유추할 수 있는 단어는 절대 사용금지다. 미군의 코드네임에 금속, 광물 용어가 관습적으로 사용된 이유다. 노르망디 상륙작전 작전명의 '넵튠'을 심오하게 해석할 이유도 없어 보인다.
최근 인천상륙작전의 작전명이 재조명됐다. 지난 8일 '인천상륙작전과 글로벌 인천의 미래'란 주제로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국제평화콘퍼런스'에서다.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이상호 선임연구원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인천상륙작전은 6·25 직후 '블루 하츠'(Blue Hearts)라는 작전명으로 구상됐으나, 북한군의 빠른 남진으로 취소됐다. 이어 블루하츠 작전은 7월 경북 포항 영일만으로 미군이 상륙하는 '레드하츠'(Red Hearts) 작전으로 변경됐지만, 국군과 미군이 낙동강 방어선까지 후퇴하는 바람에 또 취소됐다. 두번의 상륙작전이 무산된 끝에 9월15일 인천상륙작전, 즉 오퍼레이션 크로마이트가 성공한 것이다.
'크로마이트 A'라는 작전명도 새로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상륙지역이 군산인 이 작전은 북한군을 교란하기 위한 가짜 작전이었는데, 첩보전이 치열했던 당시 상황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포항지역 상륙작전을 블루하츠로 부르는 오류 사례가 소개되기도 했다.
'전쟁'과 '평화'는 한쌍이다. 평화의 가치를 되새기려면 제대로 된 전사(戰史) 연구가 필수적이다. 그런 점에서 인천상륙작전을 학술적으로 다룬 이번 콘퍼런스는 가장 의미있는 인천상륙작전 기념행사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임성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