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형에 알맞게 재단한 국가대표 유니폼 대신 펑퍼짐한 티셔츠와 조거 팬츠 차림의 선수들. '나이키 프리즈(나이키 로고 모양대로 두 다리를 만든 뒤 공중에 멈추는 동작)'를 선보이는 브레이커의 발목 아래로 평범한 러닝화가 아닌 알록달록한 스니커즈와 양말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브레이킹'이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면서, 지난 2020 도쿄 하계 올림픽의 스케이트보드 열풍처럼 젊은 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지 주목된다. 신생 스포츠 종목인 데다, 자유로움과 개성이 묻어나는 차림새가 다른 종목에 비해 눈에 띄기 때문이다.
더욱이 2024 파리 올림픽에서까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상황이라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브레이킹 종목에 걸린 금메달은 2개다. 남자부와 여자부로 나눠 오는 10월 6일부터 7일까지 이틀간 경쟁을 펼친다.
브레이킹은 정사각형 크기의 무대에서 댄스 배틀을 벌이는 경기다. 1970년대 초반 미국 뉴욕에서 힙합 댄스의 한 종류로 시작됐다. 일대일 배틀 형식으로 진행되며, 선수들은 무작위로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1분 동안 춤동작을 선보이면 된다. 평가 지표는 크게 기술력, 표현력, 독창성, 수행력 부문으로 나뉜다.
'브레이킹' AG 정식종목 채택
'스우파' 인기몰이 지속 관심
여타 다른 스포츠 종목과는 사뭇 다르다. 딱딱한 유니폼 등 정형화된 도식과는 거리가 멀기에 젊은 세대 사이에서 인기 스포츠로 자리매김하기에 알맞다. 가까운 예시로 지난 2020 도쿄 올림픽의 스케이트보드 경기를 떠올려보면 된다.
당시 스케이트보드는 신생 종목으로 평일 낮 시간대에 중계됐다. 그런데도 X(옛 트위터)를 중심으로 젊은 층에서 인기를 끌었다. 공식 경기인데도 애플 에어팟을 귀에 꽂고 보드를 타는 모습에 '힙하다'는 반응이 나오거나, 스케이터의 화려한 운동화 등이 캡처 사진으로 돌아다니며 화제가 됐다.
인기에 힘입어 2020 도쿄 올림픽 스케이트보드 스트리트 부문 우승자인 호리고메 유토(24·일본)는 나이키와 협업한 운동화를 출시하기도 했다.
브레이킹은 스케이트보드보다 매력 가점 포인트가 하나 더 있다. 엠넷의 댄스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스우파)' 돌풍 덕분이다. 수많은 팬층을 양산하며 마이너 장르였던 브레이킹을 어엿한 메이저로 끌어 올렸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브레이킹 경기가 일종의 '스우파 국가 대항 버전'인 셈이라 주목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배경이다.
올해 항저우 아시안 게임에서 한국을 대표하게 될 브레이킹 선수는 남녀 통틀어 총 4명이다. 비보이 김헌우(36)·김홍열(38), 비걸 전지예(23)·권성희(26)가 그 주인공이다. 특히 김헌우는 지난 7월 항저우에서 열린 2023 세계댄스스포츠연맹(WDSF) 아시아 브레이킹 선수권대회 남자부에서 우승하면서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한편, 최근 경기도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도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브레이킹 종목 활성화를 위한 정담회가 개최됐다. 정담회에서 이영봉(민·의정부2) 도의회 문체위 위원장은 "브레이킹은 전망이 밝은 스포츠인 데다, 미래지향적인 장르"라며 "육성 대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관련 사항들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