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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에게 치매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신경퇴행성 질환 중 하나가 '알츠하이머병'이다. 기억을 포함해 언어와 판단력 등 여러 인지 기능이 저하되며 일상생활을 어렵게 만드는 병으로, 초기에는 특히 삽화기억의 손상이 주로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다.

중앙치매센터 2022년 연차 보고서에 따르면 만 60세 이상 추정치매환자수는 96만여 명으로 추정치매유병률은 7.3%로 조사됐다.

알츠하이머병의 정확한 발병 기전과 원인에 대해서 정확히 파악되지는 않지만, 아밀로이드 베타라는 작은 단백질이 과도하게 만들어져 뇌에 침착되면서 뇌세포에 유해한 영향을 주는 것이 발병의 핵심 기전으로 보고 있다. 또 유전적 요인이 전체 알츠하이머병 발병의 약 40~50%를 설명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알츠하이머병은 현재까지 증상개선제 외에 뚜렷한 치료제가 없기 때문에 치료보다는 생활습관 개선을 통한 예방이 더욱 중요하다. 이와 관련해 중년 이후 고강도의 걷기 운동을 했을 때 인지저하를 늦추거나 예방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관심이 모인다.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연구팀 조사 발표
땀날 정도 운동, 비걷기 그룹보다 효과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지욱 교수(교신저자)·최영민 교수(제1저자)·서국희 교수, 진단검사의학과 김현수 교수, 외과 김종완 교수 연구팀은 '신체적으로 건강한 노인에서 중년의 고강도 걷기와 기억과의 연관성' 연구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코호트연구에 참여한 65~90세 노인 188명 중 인지기능이 정상인 107명과 경도인지장애를 갖고 있는 81명을 대상으로 걷기 활동과 인지기능의 연관성을 조사했다. 걷기활동은 빈도 및 시간, 강도, 시작 연령 등으로 분류했다.

분석결과 '비걷기' 그룹에 비해 '걷기활동' 그룹은 알츠하이머병 관련 인지기능이 더 높았고, 전반적인 인지능력도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걷기의 강도(미국 메이요클리닉의 운동강도 측정방법)가 '고강도'인 그룹은 '비걷기' 그룹에 비해 알츠하이머병 관련 인지기능을 포함한 전반적인 인지능력이 우수했지만, '저강도' 그룹의 경우 다른 그룹과 비교해 인지능력에 차이가 없었다.

또 중년기에 걷기 활동을 시작한 그룹이 노년기에 시작한 그룹보다 알츠하이머병 관련 인지기능을 포함한 전반적인 인지능력이 우수했다. 반면 걷기활동시간은 걷기 강도를 통제한 경우 인지기능에 유의미한 영향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밀로이드 베타' 조절… 뇌기능 개선
중년에 시작하면 전반적 인지능력 우수


김지욱 교수는 "중년기에 땀이 나고 호흡이 가빠질 정도의 고강도 걷기활동을 한다면 알츠하이머병 인지저하를 늦추거나 예방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정확한 기전은 아직 불분명하지만, 걷기를 포함한 신체활동은 알츠하이머병을 유발하는 아밀로이드 베타의 수준을 조절하고 신경가소성을 촉진해 뇌기능의 퇴화를 막기 때문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알츠하이머병은 현재까지 효과적인 약물이 부족하기 때문에 신체활동과 같은 생활방식 변화에 초점을 맞춘 예방 및 치료전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일러스트/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