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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규 이학박사
묻지마 살인이란 특별한 목적이나 동기 없이 무작위로 사람을 죽이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묻지마 살인은 범행 동기가 없고 가해자와 특별한 관계가 없는 불특정 다수에게 상해를 입히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예측할 수 없어 어느 범죄보다도 예방이 어렵다. 실제로 주요한 묻지마 살인사건을 살펴보면 2003년 대구지하철 방화사건, 2008년 논현동 방화 살인사건, 2023년 정유정 사건, 가장 최근의 신림역, 서현역 사건에 이른다.

이러한 사건들의 공통점을 분석한 문헌들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묻지마 범죄자들은 사회인구학적 측면에서는 20~40대 남성인 경우가 많고, 불우한 가족사를 가진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또한 이들은 별다른 직업이 없었으며 고립되어 있는 경우가 많았고, 개인적 성향으로는 분노조절 능력이 현저히 낮고, 자신에게 일어난 불행한 일들에 대해서 외적 귀인을 하는 경향이 있었다. 즉, 일반 사람들은 실직이나 가족 간의 불화 등 다양한 부정적 생활사건이 일어난 경우에 이것을 내적 귀인(사건의 원인을 자신의 노력 정도, 동기 등 내적인 요인으로 간주)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은 부정적 사건의 원인을 외적 귀인(사회나 주변 환경 탓으로 간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단순히 한두가지의 어려움 때문에 생겨난 것이 아니라는 배경이 있다. 영유아기부터 학령기, 성인기에 이르기까지 각 발달 과업을 적절하게 수행하지 못한 것이다. 영유아기에는 양육자와 불안정한 애착관계를 맺었고, 학령기에는 왕따를 당하거나 성인기에는 연애에 실패하고 생계를 이어갈 수 있는 직장을 구하지 못하는 것처럼 일련의 생활사건이 누적되어 정신질환 진단을 받은 경우가 다수다. 또한 이러한 생애 사건들을 겪으면서 소위 사이코패스로 진단이 내려지는 경우가 있으며 이들은 충동적인 살인에 대한 욕구를 표출할 뿐 살인에 대한 죄책감이나 공감은 전혀 찾을 수 없다.


아마도 혹자는 '이러한 사람들에 대해서 우리가 도대체 무엇을 얼마나 더 해야 하는가?', '범죄를 예방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하더라도 사회적으로 이들의 개인사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인가?'라고 반문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에는 여러 사람이 함께 살아가고 있으며 지금도 잠재적인 묻지마 살인자들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므로 이들이 실제 행위를 옮기기 전에 다시 사회에 속하게 하고 이를 예방하는 것은 필수적인 사안이라 볼 수 있다.

충동 욕구로 죄책감 전혀 없어
실행전 사회 흡수·예방책 필수
사례 분석·데이터 구축 시급
사건후 임기응변식 정책 아닌
중장기적 계획 세우는게 중요


이러한 반인륜적인 사건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연구와 사회적 정책이 필요할 것인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이러한 사건들에 대한 조사와 데이터를 축적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는 2022년에 '이상 동기 범죄' 팀이 꾸려지기는 하였으나 아직까지도 이러한 범죄만을 다루는 통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정부는 2012년 여의도 흉기난동사건 등 묻지마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자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겠다고 하였으나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이 일어난 이후에도 이러한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기초적인 통계가 절실한 이유는 기본적인 실태 조사를 통하여 사례 분석이 이루어져야 교도소에서도 이들에 대한 특별한 치료나 교정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고, 재범을 방지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이 마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이러한 범죄가 늘어나자 무차별 살상 사범에 관한 연구 등을 통해서 묻지마 범죄는 처지에 대한 비관, 사회적 고립, 경제적 빈곤 등 세 가지 요인이 겹쳐졌을 때 주요한 원인으로 이러한 범죄 발생이 이루어질 수 있음을 분석했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에서도 하루 빨리 이에 대한 데이터를 사회인구학적 변인과 누적적 요인들을 고려하여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

정책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내용으로는 지난 8월 법무부에서는 가석방을 허용하지 않는 무기형 신설과 살인예고글 등 공중협박 행위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경찰청은 '흉기난동범죄 특별치안활동'을 선포하였다. 이 외에도 다양한 정책적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끔찍한 사건이 터질 때마다 임기응변식의 단발적인 정책이 아닌 중장기적 계획을 세우고 이에 대한 기초 조사를 바탕으로 한 근본적인 예방 정책이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명규 이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