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는 대략 6만8천~15만년 전에 늑대에서 분리된 것으로 추정된다. 야성을 잃은 개는 인류에게 축복이었다. 수렵의 선두에 섰고, 가축을 몰고 지켰고, 인간을 경비했다. 수만 년 동거 끝에 이젠 대부분의 개들이 법적 권리(동물권)를 누리며 사람과 가족으로 지내는 반려의 지위를 누린다.
하지만 특별한 능력으로 인간에게 문자 그대로 견마지로(犬馬之勞)를 다하는 개들의 헌신도 적지 않다. 경비, 경호, 인명구조, 목양, 사냥 등 전통적인 역할 수행은 물론 의료탐지, 마약탐지, 심리치료 등 특수목적견의 활동분야는 계속 확장 중이다.
삼성화재 안내견학교가 최근 개교 30년을 맞았다. 시각장애인의 일상을 보조할 특수목적견인 안내견을 양성하는 학교다.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사회공헌 의지로 문을 열어 1994년 첫 안내견 '바다' 분양 이후 280마리를 배출했다.
안내견에 대한 사회의 인식 변화는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과 함께 21대 국회에 등원한 안내견 '조이'의 역할이 컸다. 한나라당 정화원 의원의 안내견 등원을 막은 17대 국회와 달리, 21대 국회는 여야 의원이 합심해 조이에게 본회의장을 개방했다. 지난 6월 김 의원이 대정부질문에서 '코이의 법칙'으로 소수자와 약자에 대한 지원을 촉구해 여야 의원들의 기립박수를 받을 때도, 조이는 어김없이 주인 옆을 지켰다. 조이의 모교가 삼성화재 안내견학교다.
삼성의 사회공헌 의지와 기부에도 불구하고 25만 시각장애인에게 안내견 지원은 로또나 다름 없다. 활동 중인 안내견이 100여 마리 뿐이다. 삼성화재 안내견 학교와 한국장애인도우미견협회, 두 곳 뿐인 안내견 양성기관으로는 이 정도가 한계인 모양이다. 안내견 육성에 들어가는 비용과 인력이 상당한 데다, 안내견에 적합한 품종이 제한적인 탓이다. 미국 시민단체 '시각장애인을 위한 눈'이 민간 후원으로 60여년 동안 1만 마리를 배출했다니 부러운 일이다.
반려동물 가구가 전체의 25.9%인 600여만 가구에 이르고, 추정치가 제각각인 반려동물 시장규모는 5조~8조원에 달한다. 조금만 덜어내도 특수목적견 육성과 지원이 절실한 사회 분야와 약자들을 위한 기부문화의 토대로 충분한 규모다.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개교 30년의 역사가 안내견 육성을 지원하는 기부문화로 승화됐으면 한다.
/윤인수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