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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 폭력 관련 일러스트. /경인일보DB

가정 폭력이 발생한 가정에서 이혼하기 전이라도 아이와의 접근을 막을 수 있는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17일 오전 인천 남동구 한 빌라에서 5살 난 딸 A양과 60대 남성 B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9월20일 자 6면 보도). B씨는 필리핀 국적 아내 C씨와 별거 중이었다. C씨는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올 6월 그를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지난 7월 B씨를 '가정보호사건'으로 법원에 송치했다.


60대·5세 부녀 숨진채 발견 당시
아이 폭력 아냐 분리조치 방법 없어
"경찰도 친권자 만남거부 불가 안내"


B씨는 가정 폭력으로 재판을 앞두고 있었지만, A양을 보여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A양은 평소 B씨를 무서워 했지만, C씨가 이를 거부할 방법이 없었다는 게 그를 돕던 남동구가족센터 관계자의 설명이다. B씨와 C씨가 이혼하지 않은 상태였고, 아이에게 가정폭력을 한 것이 아니어서 분리 조치할 방법이 없었다. 주말마다 A양을 B씨에게 보낸 C씨는 불안한 마음에 아이를 아이 아빠에게 보내면서도 수시로 영상통화를 걸어 안전을 확인하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C씨에게 "아이를 죽이고 나도 죽겠다"는 말을 일삼던 B씨는 결국, 지난 17일 딸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C씨를 돕던 남동구가족센터 박동규 센터장은 "경찰에 문의해 봤지만, 친권자인 아이 아버지와의 만남을 막을 수 없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토로했다.

B씨 사건을 수사해 온 경찰 관계자는 "B씨와 C씨가 이혼한 상태가 아닌 별거 중이라 B씨가 A양을 보겠다고 강하게 주장하면 C씨가 이를 거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C씨가 어쩔 수 없이 B씨와 만나는 날 등을 합의해 A양을 보냈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인천이주여성센터 '살러온' 조세은 부소장은 "아동학대 신고가 없었더라도 가정폭력이 발생한 가정에선 아이가 정서적으로 불안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고, 가정폭력 피해자에게 아이로 협박하는 경우가 많다"며 "가정폭력 가해자와 피해자, 그리고 아이까지 분리조치 할 수 있는 강력한 법적 분리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백효은기자 100@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