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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버릴거면 차라리 내 입에 버려달라!"

괄호 안에 들어갈 수산물은? 정답은 '푸른꽃게'(학명·Callinectes Sapidus)다. 미국 메릴랜드주를 중심으로 북미 해안 동부의 바다와 강이 만나는 지점에서 주로 잡혀 '미국꽃게'라고도 하는데, 북미 대서양 연안이 주 서식지다. 크기와 생김새는 인천 앞바다에서 잡히는 꽃게와 거의 비슷하다. 다만 부분적으로 진한 파란색을 띠고 몸통 양 옆으로 날카로운 가시 같은 돌기가 뻗어 나온 게 꽃게와 다르다. 푸른꽃게를 탕이나 찜으로 요리하면 구별이 더 힘들어진다. 꽃게, 새우 등 갑각류의 껍질에는 아스타잔틴이라는 색소가 포함돼 있는데, 단백질과 결합돼 있는 이 색소가 열이 가해지면 단백질이 파괴되면서 붉은색을 띠기 때문이다. 웬만한 미식가가 아니라면 음식점을 나오면서 '(국내산)꽃게탕 한 그릇 잘 먹었다'며 배를 두드릴지 모른다.

이 푸른꽃게의 운명이 참으로 기구하다. 대서양에 사는 이 종이 어쩌다 지중해 이탈리아 연안에 흘러들었다. 아마도 선박의 균형과 흘수선을 유지하기 위해 채우는 평형수에 빨려들어가 오랜 항해 끝에 낯선 이국 연안에 집게발을 디딘 것으로 추정된다. 도착해보니 마땅한 천적도 없는 신대륙이다. 연안이나 양식장에는 조개 등 좋아하는 먹이 천지다. 문제는 개체수가 엄청 늘면서 불거졌다. 푸른꽃게가 양식장의 어린 조개를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자 이탈리아 내에서 "이러다간 봉골레 파스타를 먹지 못한다"는 위기감이 고조됐고 당국이 약 42억여원의 예산을 배정, 푸른 꽃게 퇴치에 나선 것이다.

돈까지 써가며 꽃게를 무더기로 폐기처분한다는 소식은 꽃게의 최대 천적국(?)인 한국을 들썩이게 했다. '버릴거면 차라리 내 입에 버려달라'는 요구가 온라인에 빗발치더니 인천을 중심으로 국내 꽃게 수입업체들이 이탈리아 당국에 수출 여부를 타진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푸른꽃게 구매 사전 예약을 받고 있는 업체도 있다고 한다. "이탈리아의 바다를 위해 우리가 희생하기로 했습니다. 마음이 아파서 입에서 침이 흐르네요"라는 네티즌의 댓글은 푸른꽃게 현상을 보여주는 유머의 백미다. 간장게장, 양념게장, 꽃게찜, 꽃게탕 등 다양한 레시피를 모르는 이탈리아에 감사해야 한다고 할까. 배우 신구의 전설적인 명대사가 저절로 떠오르는 요즘이다. "니들이 게 맛을 알어?"

/임성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