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교과서의 첫 페이지에 나오는 말이 고객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이 스타트업의 목표라고 되어있다. 투자유치를 위한 프레젠테이션에서도 페인 포인트(Pain point·문제점)가 무엇이고 페인 킬러(Pain killer·해결책)가 무엇인지 부각시키지 못하면 투자를 받을 수 없다. 고객의 두통을 치료하려면 아스피린을 줘야 하는데 지금 발표는 비타민을 아스피린처럼 말하고 있다고 심사위원에게 호되게 지적받기도 한다. 그러면 교과서는 엉터리를 가르치고 있는 것인가?
고객이란 개념과 목표라는 개념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리 간단치가 않다. 회사에는 조직과 조직원이 있는데 그러면 조직의 장과 조직의 구성원은 목표가 같을까, 다를까? 통상 말하는 고객이란 돈을 내고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는 사람이다. 그렇다고 모든 조직원의 목표가 돈을 내는 수없이 많은 사람이 되어야 할까? 사장도 고객의 문제점 해결이 목표이고 기구를 설계하는 개발자의 목표도 고객의 문제점 해결이 개인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면 조직에는 직급도 책임도 권한도 엉망진창이 될 것이 뻔하다.
세상에는 두 가지 종류의 인간이 있다. 생물학적으로 태어난 자연인이 있고 법적으로 태어난 법인이 있다. 회사는 인간이 만든 법적인 인간이고 대표이사는 자연인이다. 회사는 법적으로 인간의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았지만 스스로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할 수가 없기 때문에 자연인이 이를 대신 수행한다.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목표는 회사의 목표이다. 다만 대표이사인 인간이 위임받아 수행할 뿐이다.
회사라는 조직은 스스로의 존재가치를 이념이나 경영철학 사명 또는 비전이나 미래상 같은 것을 통해 목표와 가치를 가지고 있으며 이를 만들고 성취하여 주는 것이 회사의 대표이사이고 조직원이다. 아마존은 미션으로 '지구상에서 가장 고객 중심적인 회사가 된다(To be earth's most customer centric company)'라는 회사의 목표를 갖고 있다. 당연히 이는 아마존의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가 만든 미션이고 베이조스의 개인 목표이며 또한 전 아마존 조직원의 공통 목표이다.
조직원 맡은바 목표 완료땐
전체가 돼 부분의 합보다 커져
부수적 시너지 효과 얻어
사업 초기 모두가 사장이고 직원
교과서의 '목표' 당연히 옳다
조직에는 두 가지의 목표를 가지고 있다. 하나는 공통 목표이고 또 하나는 개인 목표이다. 조직의 직급과 역할에 따라 공통 목표와 개인 목표가 일치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커다란 조직의 모든 사람이 공통 목표와 개인 목표가 동일할 수는 없다. 따라서 고객의 문제점을 해결한다는 목표는 회사의 목표이며 또한 대표이사의 공통 목표이자 개인 목표가 된다. 전 조직원은 공통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수없이 많은 개인 목표를 각각 나누어 실천하고 그 결과가 공통 목표의 성과로 나타나게 된다. 상급자의 개인 목표는 하위자의 공통 목표가 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하여 여러 개의 개인 목표를 부하직원이 나누어 수행함으로써 상급자의 개인 목표를 달성하도록 하여 준다. 이 과정은 하위 직급으로 내려가면서 계속된다.
이렇게 조직원 각자가 맡은 바 개인 목표를 철저히 완료하여 올라가면 결국 전체가 되는데 이때 전체는 부분(개인)의 합보다 커지게 된다. 전체가 부분합보다 커지는 것을 시너지 효과라 하며 이에 따라 개인 목표의 달성은 생각지도 않은 또 다른 부수적인 시너지 효과까지 얻게 된다. 예를 들면 고객의 문제점을 해결하면 기업의 이미지도 좋아지고 신뢰성도 올라가 매출 목표는 물론 매출이익도 생각보다 훨씬 좋아지고 충성도 높은 고객을 확보하는 결과도 낳게 된다.
조직원 각자는 개인 목표 달성이 회사의 공통 목표인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결과를 낸다는 점을 이해하고 공통 목표는 마음에 간직하고 철저히 주어진 개인 목표 달성에 매진하여야 한다. 만일 개인 목표 수행 과정에서 우선순위나 의사결정이 혼란스러울 때는 마음에 간직한 공통 목표를 깊이 성찰하면 답을 얻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초기 스타트업은 팀원이 2~3명으로 시작하기 때문에 모두가 사장이고 또한 직원이기도 하다. 따라서 교과서에 말하는 '고객의 문제점을 해결한다'는 목표는 당연히 옳다.
/주종익 에버스핀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