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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 조언자를 의미하는 멘토(Mentor)는 그리스 신화의 인물이다. 이타카의 왕 오디세우스는 트로이 전쟁 출정에 앞서 절친인 멘토르에게 아들 텔레마코스를 맡긴다. 아들에게 자신을 대신할 아버지를 붙여준 셈이다. 아버지 대신 왕국과 어머니 페넬로페를 지키려 고군분투하는 텔레마코스에게 멘토르는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단순한 선배나 스승이 아니라 인생의 안내자이자 영혼의 반려자가 멘토의 참 의미에 가깝다.

위대한 리더 뒤에는 위대한 멘토가 있었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멘토는 아리스토텔레스였고,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적 멘토는 플라톤이었다. 멘토 유성룡이 없었으면 이순신도 없었고 식민의 역사가 수백년 앞당겨질 수도 있었다. 대단한 사람만 멘토란 법도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학 시절 밀턴 프리드먼의 책을 선물한 아버지 윤기중 교수를 제1 멘토로 꼽았다.

존경하고 따를만한 멘토 없는 사회나 조직이 제대로 굴러갈 리 없다. 국회의장의 만류에도 무소속 초선 김남국은 고성을 지른다. 멘토도 없고 멘티도 없는 한국 정치판엔 명예의 전승이 없다. 판 전체를 엎고 "처음부터 다시"를 외쳐야 할 판이다. 거짓말이 녹취록으로 들통난 김명수 전 대법원장 때문에 사법은 멘토 없는 정치판이 됐다. 기업들이 신입직원들에게 선배 사원을 멘토로 붙이는 것도 조직이 살자고 하는 일이다. 멘토가 엉망이면 소용 없는 짓이다.

의정부 호원초등학교 고 이영승 교사. 스물다섯 앳된 나이에 교단에 서자마자 최악의 학부모를 만났다. 학부모의 가혹행위는 생략한다. 핵심은 이 교사가 상황에 대처하고 해결하기에 아이나 마찬가지였던 사실이다. 임용고시를 통과한 새내기 교사에게, 자식에 눈먼 학부모는 맹수와 같았을 테다. 교육청에도, 학교에도, 선배교사 중에도 이 교사를 지켜줄 멘토가 없었다. 그때 누군가 멘토가 되어 이 교사와 학부모를 분리해 주었다면, 이 교사는 살았을 테고 학부모와 제자가 여론의 사냥감이 되는 일도 막았을 것이다.

멘토 부재의 사회에서 정글 사회 곳곳에 던져진 수많은 멘티들이 야생의 먹이사슬에서 희생된다. 살아남으려 숨죽인 채 잠복한다. 사명감은 딱 월급만큼이다. 멘티들이 익명의 공간에 숨자, 말초 혈관이 꽉 막힌 사회 곳곳이 시리고 아리다. 멘토 부재 사회의 비극이다.

/윤인수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