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사진전
라이프(LIFE)의 래리 버로우즈가 촬영한 1966년 베트남 전쟁 당시 모습. 미국 병사들과 프랑스 출신 종군기자 캐서린 르로이가 한 장면에 담겼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1966년, 베트남 전쟁이 한창이던 베트남의 비무장지대 근처 484고지. 전투 중 사망한 전우의 사지를 미군 네 명이 하나씩 붙들고 무거운 발걸음을 떼고 있다. 다급함, 두려움, 황망함이 느껴지는 병사들의 표정 뒤로 카메라를 든 여성이 함께한다. 프랑스 출신의 종군기자 캐서린 르로이다.

짙은 초록 수풀이 우거진 들판에서 오른쪽으로 전진하는 병사들, 그리고 카메라를 움켜쥐고서 그들이 떠나왔던 왼쪽을 향해 가는 기자. 전쟁의 참상을 한 프레임 안에 강한 대비로 절묘하게 드러냈다.

잡지 'LIFE' 3부작 마지막 시리즈
화가 호퍼·종전 환희·수용소 풍경
'인물·사건·기자의 시선' 초점 감상

잡지 '라이프(LIFE)'에 실린 수많은 사진은 이처럼 예술과 저널리즘의 경계에 걸쳐 있다. 누구든지 언제든지 사진과 동영상을 손쉽게 찍을 수 있는 오늘날, 한 세기 전 촬영된 라이프의 사진은 변함없이 우리의 마음을 흔든다.

과천시민회관 갤러리 마루·아라에서 열리고 있는 '라이프 사진전: 더 라스트 프린트'는 라이프에 실렸던 101장의 사진을 모은 전시다. 국내에서 진행되는 라이프 관련 사진전 삼부작의 마지막 시리즈다. 많은 사진이 벽에 걸린 만큼 분야를 나눠 감상하면 좋다. 인물, 사건, 기자의 시선 등 크게 세 가지에 초점을 두고 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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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롱가드가 1963년 찍은 화가 에드워드 호퍼의 모습. 사진은 호퍼의 스튜디오에서 촬영했다. 워싱턴 스퀘어 광장 쪽으로 난 창문을 배경으로 호퍼가 앉아 있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인물 사진에서는 유명 정치인과 예술가의 생생한 모습을 살피는 재미가 쏠쏠하다. 수많은 흑백 사진 속에서 눈에 띄는 화가 에드워드 호퍼의 사진은 그의 스튜디오에서 촬영한 것이다. 빛과 그림자를 활용해 만든 자신만의 색감으로 현대인의 쓸쓸함을 표현했던 호퍼의 그림과 비슷한 분위기다. 반면 호퍼의 눈가와 입꼬리는 분위기와 달리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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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의 끝 무렵인 1945년 4월 12일, 독일군으로 부터 해방된 나치의 강제수용소 부헨발트에 수감된 사람들이 연합군을 바라보는 모습을 찍은 사진. 미국 최초 여성종군기자였던 마거릿 버크화이트가 촬영했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제2차 세계대전의 비극과 종전 이후의 기쁨을 볼 수 있는 사건 사진도 눈여겨 볼만하다.

나치의 강제 수용소에 수감된 사람들의 모습부터, 치열한 전투가 펼쳐지던 현장까지 전쟁의 잔인함을 담담하게 담았다.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광장에서 2차 세계대전 종전 소식을 듣고 환희에 차 키스를 하는 해군과 간호사의 모습을 찍은 유명한 사진도 벽에 걸렸다.

기자의 시선이 묻어나는 사진은 촬영자의 이름을 쫓으면 된다. 라이프의 기자들은 같은 시대를 살았지만, 동시대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피사체는 저마다 달라졌다.


라이프 사진전
마거릿 버크화이트가 1942년 촬영한 여성 용접공의 모습.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때 복무 중인 남성을 대신해 제철소에서 일하는 상황을 포착했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마거릿 버크화이트는 2차 세계대전 시기이던 1942년, 징집된 남성을 대신해 제철소에서 불꽃을 튀기며 일하고 있는 여성 용접공을 포착했다. 버크화이트는 미국 최초의 여성 종군 기자이기도 했다.

인물, 사건, 기자의 시선. 세 가지를 따라 전시실을 돌다 보면 어느덧 시간은 한 시간 반 정도가 훌쩍 지난다. '라이프 사진전: 더 라스트 프린트'는 오는 10월 10일까지 진행되며, 개천절과 한글날에도 전시를 감상할 수 있다. 추석 연휴는 휴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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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시민회관 갤러리 마루·아라에서 진행되는 '라이프 사진전: 더 라스트 프린트' 전시실 모습.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라이프 사진전
1936년에 창간해 포토저널리즘을 선도했던 미국의 시사 사진잡지 라이프(LIFE). 전시실에서는 라이프에서 활약하던 주요 기자들의 사진과 함께 당시 잡지에 실렸던 기사를 확인할 수 있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