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일하는 배달 라이더 등 노동자 10명 중 9명은 대기 시간 중 쉴 곳이 없어 거리에서 머문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사)노동희망발전소,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인천본부는 25일 '인천지역 플랫폼 종사자 근로실태 조사 결과 및 처우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조사 결과 배달플랫폼 노동자 102명 중 94명(92%)은 쉴 곳이 없어 평소 대기할 때 편의점·전철역 등 길거리나 골목에서 머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4.9%), 카페(2.9%) 등에서 머문다고 응답한 노동자도 있었다. 또 근무 중 화장실 사용에 대해 59.4%가 '어렵다'고 느끼고 있었고, 81.3%는 근무지 주변에 쉼터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인천시는 배달 라이더 등 플랫폼 노동자 쉼터를 조성하기 위해 2021년 3월부터 예산 규모와 위치 등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2년이 넘도록 단 1곳도 마련하지 못했다. 인천에 있는 배달노동자 쉼터는 천주교 인천교구 노동사목부가 지난 6월 인천 부평구에 문을 연 '엠마오'(8월14일자 6면 보도)가 유일하다.
81.3% "근무지 주변 쉴 곳 필요"
절반이 최근 1년 교통사고 경험
플랫폼 노동자들은 교통사고 위험도 큰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 49%가 '지난 1년간 교통사고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 중 92.1%는 태풍, 폭설, 폭우, 폭염, 한파 등 악천후 속에서도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그런데도 응답자의 90.2%는 안전모 등 안전장비를 플랫폼 회사로부터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안전장비 또는 관련 비용을 지원받은 노동자는 8.8%에 그쳤다.
플랫폼 노동자 쉼터는 2016년 서울을 시작으로 전국에 속속 조성되고 있다. 경기도, 대전시 등 8개 광역자치단체는 플랫폼 노동자 관련 조례를 만들어 처우 개선사업을 벌이고 있다. 전국 21개 기초자치단체에서도 관련 조례를 제정해 쉼터 조성 등을 진행하고 있다. 인천에서는 이달 초 '이동노동자 복리증진을 위한 조례'가 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강은희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정책연구원장은 "인천시가 관련 조례를 통해 쉼터 조성, 산재보험료 지원, 안전교육과 안전장비 지원 등 다른 지자체에서 시행 중인 사업을 하루빨리 도입할 필요가 있다"며 "정기적인 실태조사를 진행해 관련 사업도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