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준영의 낮은 곳의 인문학 '가난할 권리'┃최준영 지음. 책고래출판사 펴냄. 236쪽. 1만6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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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간 노숙인과 함께했던 최준영 작가가 오랜 시간 거리에서, 자활센터나 보호시설에서 만났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그들에게 곁을 내어주고, 어깨를 내어주고, 이야기를 들어주며 그들의 고단하지만 진솔한 삶을 기록해 왔다.

문제아로 낙인찍힌 청소년, 어린 나이에 혼자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손가락질 받을까 두려워 자꾸만 웅크리고 숨어드는 미혼모,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자활센터에 모인 사람들 옆으로 갔으며, 수많은 실패와 좌절을 겪으면서도 그들 곁을 지켰다. 포기하지 말자고, 가난하지만 우리도 인간답게 살아야 할 권리가 있다고, 가난한 우리들의 마땅한 권리라고 말한다.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가난한 사람이다.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가난하다고 마음까지 가난하지 않다'는 말을 되새기게 한다. 물질적인 궁핍으로 몸이 괴로운 건 부인할 수 없지만, 마음이 괴로운 건 상대적 감정이 크지 않을까. 그들의 이야기가 결코 가난하지 않은 이유다.

저자인 최준영 작가는 '거리의 인문학자'라는 별명으로 알려져있다. 성프란시스대학(최초 노숙인 인문학 과정) 교수를 거쳐 경희대 실천인문학센터에서 강의했으며, 현재는 경인일보 오피니언 필진이자 프리랜서로 전국을 떠돌며 인문학을 매개로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고 있다.

/양형종기자 yang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