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매시장과 대형마트 구분 없이 사과와 배 등 추석 차례상에 주로 올라가는 과일 가격이 지난해와 비교해 2배 정도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오전 10시께 찾은 인천 남동구 남촌농산물도매시장. 월요일 오전 시간인데도 추석 연휴를 앞두고 성수품과 선물용 과일을 사기 위한 사람들로 시장 일대가 북적였다. 추석을 앞두고 과일값이 오르면서 비교적 저렴한 도매시장을 찾은 이들이 많았지만, 예상보다 높은 가격에 선뜻 과일을 고르지 못하는 손님들의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상인들과 가격을 흥정하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올해 여름 집중호우와 폭염 등 이상기후 영향으로 과일값이 지난해 추석보다 2배 가까이 뛰었다. 경인일보는 이날 남촌농산물도매시장을 비롯해 미추홀구 신기시장과 남동구의 한 대형마트 등 3곳을 찾아 추석에 주로 쓰이는 과일의 가격을 살펴봤다.
집중호우·폭염 이상기후에 폭등
남촌도매시장 '홍로 5㎏' 4만5천원
남촌농산물도매시장에서 팔리는 사과(홍로) 5㎏의 가격은 이날 기준 평균 3만원을 넘어섰다. 상품성이 좋을수록 가격이 크게 뛰었는데, 선물용으로 쓰이는 최상품은 4만5천원에 팔리는 것도 볼 수 있었다. 지난해 추석 당시 2만원 안팎에 팔리던 사과값이 1년 새 1.5~2배가량 오른 것이다. 배(신고) 5㎏ 가격도 지난해에는 2만8천~3만원 사이에서 판매됐지만, 올해는 대부분 3만5천원을 넘었다.
전통시장과 대형마트에서 팔리는 사과와 배 가격은 더 비쌌다. 같은 날 찾은 신기시장의 한 과일가게에서 팔리는 사과와 배 가격은 각각 3만9천원과 4만2천원이었다. 다른 가게들을 둘러봐도 가격 차이는 1천원 안팎이었다. 남동구의 한 대형마트에서는 5㎏짜리 사과 한 상자가 무려 7만9천원, 배 한 상자도 6만9천원에 팔리고 있었다.
통계청이 지난 5일 발표한 '2023년 8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과실 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3.1%나 상승했다. 특히 사과(30.5%), 배(23.8%) 등의 상승 폭이 컸다. 사과와 배 생산량이 지난해 대비 각각 20.8%, 20.3%씩 감소한 영향이다.
대형마트에선 배 한상자 6만9천원
"물류비용 올라 하락안정 쉽지않아"
정부가 추석 물가 안정을 위해 20대 추석 성수품의 가격을 전년 대비 5% 이상 낮은 가격에 공급하고 할인지원 확대 등의 대책을 내놓았지만, 추석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도 과일값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남촌농산물도매시장 상인 김수철(54)씨는 "보통 추석이 9월 말~10월 초면 과일들이 어느 정도 익어서 상품성이 좋은데, 올해는 봄부터 냉해를 입더니 폭염과 폭우까지 겹쳐 그렇지 못하다"며 "정부가 공급 대책을 내놓는다고 해도 기름값 등 물류비용이 같이 올라서 과일값이 떨어지기 쉽지 않다"고 했다.
이 때문에 선물용으로 찾는 과일의 종류도 올 추석에는 바뀐 상황이다. 남동구의 대형마트 점원은 "사과와 배는 물론이고 복숭아나 포도 등도 비싸다는 반응을 보이는 손님들이 많다"며 "상대적으로 값이 싼 샤인머스캣을 선물용으로 사가는 경우가 늘었다"고 했다.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