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우 교수
담관과 췌관의 여러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까지 가능한 내시경적역행성담췌관조영술(ERCP)의 필요성이 최근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췌장지방증이 있는 경우 ERCP 후 췌장염 발생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소화기내과 박세우(교신저자·사진)·이경주·이진·고동희 교수, 영상의학과 민선정 교수와 세브란스병원·일산차병원·한양대구리병원 등 공동연구팀은 'CT검사로 측정한 췌장지방증이 ERCP 후 췌장염 발생에 미치는 임상적 영향: 다기관 전향적 연구'에서 이러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ERCP는 내시경을 십이지장까지 삽입한 뒤 십이지장 유두부라는 작은 구멍을 통해 담관과 췌관에 조영제를 주입하고 병변을 관찰하는 시술이다.

ERCP 후에는 합병증으로 급성췌장염과 출혈, 천공 등이 발생할 수 있는데 특히 급성췌장염은 오랜 기간 치료가 필요하고 많은 사회경제적 부담이 발생한다. ERCP 후 췌장염 발병률은 평균적인 위험도를 가진 환자는 약 4.5%, 고위험군은 약 10% 내외로 알려져 있으며, 현재까지 예방법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결과, 없는 그룹보다 2.09배 ↑
사이토카인 등 대사물질 분비 자극


연구팀은 2020년 11월부터 2022년 7월까지 한림대동탄성심병원과 각 병원에서 ERCP를 받은 527명을 대상으로 ERCP 후 췌장염 발생 여부를 조사했다. 전체 환자 가운에 157명은 췌장에 지방이 낀 췌장지방증이 있었고, 췌장지방증 여부는 CT검사를 통해 이뤄졌다.

분석결과 췌장지방증이 있는 157명 중 14%(22명)에서, 췌장지방증이 없는 370명 중 6.2%(23명)에서 췌장염이 발생했다. 또 ERCP 후 췌장염이 발생할 확률은 췌장지방증이 있는 그룹이 없는 그룹보다 2.09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세우 교수는 "췌장지방증이 있는 환자에게 ERCP를 시행한 경우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 처방과 같은 예방조치를 시행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며 "이번 연구에서 췌장지방증 발생의 위험인자로 연령·여성·당뇨병·고혈압 같은 대사증후군이 꼽혔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이가 들수록 췌장 실질이 감소하고 지방으로 바뀌는데, 지방세포는 지방산을 저장하고 방출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염증을 유발하는 사이토카인, 케모카인, 아디포카인 등 대사물질의 분비를 자극한다"며 고령일수록 췌장지방증으로 인한 췌장염 발생에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