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설이나 한가위 시기에 대중매체는 종종 '민족 대명절'이라고 표현한다. 별생각 없이 '민족' 대명절이라고 말하지만 이제 이런 표현에 대해 '문화다양성' 감수성을 발휘해야 하는 사회에 살게 되었다. 행정안전부의 '지방자치단체 외국인주민 현황'에 의하면, 이 통계를 처음 발표한 2006년에 외국인 주민이 54만명으로 총인구의 1.1%였지만, 2019년에 222만명까지 증가하여 전체 인구의 4.3%에 이르렀다. 이 중에 178만명(80.2%)은 외국 국적을 가진 사람이고, 19만명(8.4%)은 혼인과 귀화 등으로 한국 국적을 취득한 사람이며, 25만명(11.4%)은 이들의 자녀로서 출생과 동시에 한국 국적의 사람이다. 한국 국적을 가진 한국인은 이미 다양한 민족(인종) 집단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대한민국 영토에 거주하는 사람들도 다양한 국적을 가지고 있다. 저출생으로 인한 인구감소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 현 정부가 외국인 유입 규모를 더욱 확대하여 외국인 비율은 계속 증가할 것이다.
한국 국적 취득 다양한 민족 거주
더 많은 외국인 이주로 발생되는
사회갈등 줄이려면 태도·행동에서
문화다양성 감수성 높이는게 중요
나와 이웃·지역사회 함께 공조해야
재화와 서비스 국제이동뿐만 아니라 사람의 국제이주 규모가 급증하는 '세계화' 시대에 대응하여 유네스코(UNESCO)는 세계 각국의 다양한 문화를 인류 공동 유산으로 보호하기 위해 2005년에 '문화다양성 협약'을 채택했다. 우리나라도 2010년에 협약에 가입하여 2014년에 '문화다양성법'(문화다양성의 보호와 증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였다. 이 법에 따르면 '문화 다양성'은 "집단과 사회의 문화가 집단과 사회 간 그리고 집단과 사회 내에 전하여지는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되는 것을 말하며, 그 수단과 기법에 관계 없이 인류 문화유산이 표현, 진흥, 전달되는 데에 사용되는 방법의 다양성과 예술적 창작, 생산, 보급, 유통, 향유 방식 등에서의 다양성"을 가리킨다. 문화다양성이 외국인의 다양한 민족 문화만 의미하지 않는다. 성별, 장애, 연령, 성정체성, 출신 국가 등을 기준으로 다양한 소수자 집단의 문화까지 포함한다.
정부는 문화다양성법보다 먼저 외국인을 대상으로 2007년에 '재한외국인 처우 기본법'과 2008년에 '다문화가족 지원법'을 제정하였다. 그런데 이 법에 기대어 지금까지 벌여온 사업은 외국인 주민의 다양성을 존중하기보다는 한국사회 적응을 돕고 한국문화에 '동화(assimilation)'하도록 유도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한국인과 결혼해서 가정을 이룬 다문화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은 동화 경향이 더 두드러졌다. 그런데 사회심리학자 존 베리(John W. Berry)는 국제이주로 이질적인 문화가 접촉할 때 외국인에게 일방적으로 동화를 요구하기보다는 쌍방이 문화다양성을 수용하여 서로 '통합(integration)'할 때 사회갈등 수준이 감소한다고 하였다. 앞으로 한국사회에 더 많은 외국인이 이주하면서 나타날 수 있는 잠재적 사회갈등을 줄이려면 우리 태도와 행동에서 문화다양성 감수성을 높이는 실천이 필요하다. 국제사회와 국가가 문화다양성을 강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나 자신과 이웃, 지역사회가 함께 공조해야 한다. 이번에 한국 추석과 비슷한 의미가 있는 외국인 명절의 풍습도 배우고 나누면서 한민족 전통 추석을 외국인 주민과 함께하는 '국가' 대명절로 만들어가자.
/이현서 아주대학교 스포츠레저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