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은 그 나라의 정체성과 문화적 전통을 잘 보여주는 세시풍속이다. 차례(茶禮)는 설·한식·추석 등 명절에 조상을 기리는 의례다. 차례는 정식 제사가 아니기에 술을 삼잔(三盞)이 아니라 단잔(單盞)만 올린다. 설날에 지내는 차례는 연시제(年始祭)라 하며, 추석은 가배일(嘉俳日)·중추절·한가위라고도 하는데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이라 할 수 있다. 추석은 시기적으로 햇곡식과 햇과일이 수확되는 철이기에 풍성하고 다양한 명절 음식들이 등장한다. 이때 온 가족이 모여 서로의 안부도 묻고 회포를 풀며 차례와 성묘 등으로 조상을 기린다.
그러나 가족 관계의 약화·1인 가구의 급증·도시화에 종교적인 이유 등으로 인해 귀성길에 오르지 않거나 차례를 지내지 않는 가정도 늘고 있다. 명절 연휴가 되면 국내외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도 제법 많아졌고, 코로나19를 계기로 명절을 쇠지 않는 사람들도 증가하는 추세다. 대신 밸런타인데이니 화이트데이니 핼러윈이니 하는 나라 밖에서 유래한 국적 불명의 축제를 즐기고 중시하는 이들도 많아졌다. 또 명절 때마다 음식 장만의 어려움과 웃어른들과 일가친척을 대접하는 것의 어려움, 이른바 '명절 증후군'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이보다 더 어려운 것은 명절을 쇠는 비용이다. 농수산식품공사에 따르면 올해는 6~7인 기준 추석 차례상 비용이 전통시장을 이용할 경우에는 24만원, 대형마트에서 장을 볼 경우에는 28만원을 조금 웃돈다고 한다. 차례상 말고도 이런저런 추가적 지출이 불가피한 데다 물가는 자꾸 오르고 경제가 어려운 상황이라 내일부터 시작되는 긴 연휴가 서민들에게는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여기에 조율이시·홍동백서·좌포우혜·어동육서·동두미서·생동숙서 등 차례상 진설 방식과 복잡한 의례는 젊은 사람들이 명절을 꺼리게 되는 이유가 된다.
전통을 잘 계승하고 문화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모두가 부담 없이 명절 연휴를 누리면서 조상을 기리고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차례상 차림을 과감하게 간소화하고, 가족들 간에도 서로에게 부담이 가지 않는 새로운 명절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소중한 우리의 문화적 전통을 잘 지키되, 시속의 변화에 맞게 차례상과 명절 문화도 달라져야 한다.
/조성면 객원논설위원·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