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인터뷰_김성제 소방관1
화재, 붕괴사고 등 다양한 재난 현장에서 현장지휘관으로 활동해온 이야기를 담은 수필집을 낸 김성제(55) 소방관은 "앞으로도 우리 사회에 이바지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며 "글쓰기 활동도 계속해서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2023.9.26 /백효은기자 100@kyeongin.com

'그대는 남을 위해 죽을 수도 있는가'.

인천119특수대응단 소속 김성제(55) 소방관이 출간한 수필집 제목이다. 화재·폭발·붕괴 등 다양한 재난 상황에서 '현장지휘관'으로 오랫동안 활동한 김 소방관이 제목을 이렇게 정한 것은 몇 해 전 현장에서 겪은 일 때문이다.

"소방관 경력이 그리 오래되지 않은 소방교 직급 후배였어요. 공사장 화재 현장 지하에 고립된 시민에게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자신의 호흡기를 벗어주던 후배 모습이 잊히지 않더군요. 그 모습에서 책 제목을 떠올리게 됐습니다. 소방관의 책임감과 직업의식이 무엇인지 늘 고민해 왔는데, 남을 위해 죽을 수 있느냐 여부가 이를 관통하는 메시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글쓰기를 좋아해 매일 일기를 쓴다. 이번 수필집은 현장에서 겪은 일과 이슈가 된 안전사고에 대한 생각 등 틈틈이 메모한 것을 엮은 것이다. 그는 수필집으로 재난 대응 중요성을 일깨운 공로를 인정받아 '2023 대한민국 소비자 신뢰 명품 대상'(국민안전부문)을 받았다.

김 소방관은 "'3교대 근무'를 하는 바쁜 가운데 생긴 비번일을 모두 쏟아부어 원고를 작성해 완성했다"며 "힘들어도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뿌듯해 했다.

'3교대' 비번일 모두 쏟아부어 집필
소방차조차 불타 아찔한 순간 담아
사비로 치료 부담하는 동료들 많아

2018년 4월 인천서부소방서 근무 당시 겪은 아찔한 순간도 수필집에 담겼다. 서구 한 화학 공장에서 폐유가 쏟아져 나와 급속도로 번진 화재였는데, 화재 진압을 위해 출동한 소방차조차 불탔다. 당시 서울·경기 등 인접 지역 소방 인력과 장비를 모두 동원하는 '대응 3단계' 경보령이 발동됐다.

당시 현장지휘관이었던 김 소방관은 "지휘관으로 상황 파악을 위해 이리저리 뛰고 무전으로 지시하려니 방독면과 안전장비를 완벽하게 착용하기가 어렵더라"면서 "화재 현장에 시민들의 인명 피해가 없었다는 걸 확인했고 소방관 동료들이 다치는 일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2019년 초 갑작스럽게 방광암으로 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그 이후에도 현장 지휘관으로서 자리를 지켰고, 올해 2월에 공무상 재해를 인정받았다.

김 소방관은 "그동안 소방관들은 질병이 생겨도 공무상 재해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고, 자신이 공무상 재해임을 직접 증명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사비로 치료하고 부담을 짊어지는 동료들이 많았다"고 했다.

끝으로 김성제 소방관은 "앞으로도 우리 사회에 이바지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며 "글쓰기 활동도 계속해서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백효은기자 100@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