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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미추홀구 일대에서 수백억원대 전세 보증금을 가로챈 속칭 '건축왕' 남모(61)씨 사건의 피해자들이 추석 연휴를 앞두고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경인일보DB

 

"뭐하나 정해진 것 없는 상황에 긴 추석 연휴가 달갑지 않습니다…."

인천 미추홀구 일대에서 수백억원대 전세 보증금을 가로챈 속칭 '건축왕' 남모(61)씨 사건의 피해자들이 추석 연휴를 앞두고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재외동포 중 처음으로 정부의 긴급 주거 지원을 받게 된(8월21일자 6면보도='한숨 돌린' 건축왕 피해 재외동포) 전세사기 피해자 고홍남(41)씨는 어렵게 얻은 이 기회를 최근 포기했다.

고씨는 LH 인천지역본부가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긴급 주거 시설로 확보한 미추홀구 내 주택들을 살펴봤다. 하지만 주택 대부분은 원룸이나 투룸 규모로 고씨의 6인 가족이 살기엔 비좁았다. 또 일부는 엘리베이터 등이 없어 고령의 부모와 장모를 모실 수 없는 집이었다.

고씨는 "고층인데 엘리베이터가 없어 건강이 좋지 않은 부모님과 장모님이 살기엔 힘든 여건이어서 고심 끝에 포기했다"며 "월세 부담이 적은 새 거처를 구해야 하고, 여섯 가족의 생활비를 마련하기도 빠듯해 이번 추석 연휴에도 공장에서 일할 예정"이라고 하소연했다.

대부분 원룸·투룸 '긴급주거 지원'… 여러 가족 살기 좁아 포기
거주기간 6개월~2년 남짓 불과해 새로 써야 할 이사비도 부담

또 다른 피해자인 이모(38·여)씨도 추석 연휴를 앞두고 막막함을 토로했다. 대출을 받아 마련한 전세보증금 8천500만원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하고 빚만 떠안은 이씨 부부 역시 긴급 주거시설 입주를 포기했다.  

 

대부분은 14개월 아이와 함께 살기 비좁은 원룸이었고, 병원 등 편의시설과도 거리가 멀었다. 전셋집에서 나와 긴급 주거시설에 입주하더라도, 거주 기간이 허용된 최소 6개월에서 2년 뒤에는 새로 거처를 마련해야 해 이씨 부부에겐 이사비 부담도 클 수밖에 없다고 한다.

정부의 긴급 주거 시설 지원책은 6개월마다 심사를 해 최대 2년까지 연장해 주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씨는 "뭐하나 정해진 것 없는 상황에 긴 추석 연휴가 달갑지 않다"고 했다.

인천시가 확보한 긴급 주거시설 248가구 중 현재 54가구(총 71가구 신청)가 입주해 있다. 인천시가 지난 5월 집계한 전세사기 피해 가구가 2천969가구(미추홀구 등)인 점을 고려하면 긴급 주거시설 입주를 원한 가구는 매우 적은 수준이다.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 안상미 위원장은 26일 "긴급 거처 여건이 좋지 않아 입주 신청을 아예 고려하지 않는 피해자들이 많다"며 "우선매수권, 공공임대 매입 등 특별법 지원도 신속하게 되는 것이 없어 피해자들은 올해도 추석 연휴를 맘 편히 보내지 못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백효은기자 100@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