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러시아의 기술 협력 거점인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러혁신센터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영향으로 역할이 위축되고 있다.
3일 한러혁신센터에 따르면, 한러혁신센터가 지난해 말 공고한 '2023년 한러 기술협력사업'이 계획보다 더디게 진행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러 기술협력사업은 러시아의 원천기술과 국내 기술을 결합해 혁신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바탕으로 중소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지난 2019년 한러혁신센터가 인천에 문을 연 이후 매년 양국 간 기술 교류를 진행했지만, 지난해 초 러·우 전쟁이 발발하면서 사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2019년 인천 문연후 양국 기술교류
올해 계획보다 더디게 진행 불가피
한러혁신센터는 2018년 한·러 정상회담 당시 양국 중소벤처기업의 기술력을 융합해 새로운 비즈니스 협력 모델을 구축하기 위한 거점으로 도입됐다. 개소 이후 지금까지 러시아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한러혁신센터에 '수요기업'으로 등록한 국내 기업은 총 154개다.
소재·부품·장비와 바이오, 에너지 등 분야에서 기술 협력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러·우 전쟁 전까지 매년 10건 이상의 기술 이전사업을 성사하는 등 기술 교류의 거점 역할을 해왔지만, 올해 들어 계획에 차질이 발생한 상황이다.
한러혁신센터 관계자는 "민간 차원에서의 기술 교류가 완전히 끊어진 것은 아니지만, 제품 생산에 필요한 부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전쟁 여파로 물류에 차질을 빚는 등 어려움이 있다"며 "현지 상황이 급격히 악화하다 보니 계획했던 것만큼 (기술 협력사업이) 이뤄지지는 못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센터 측은 올해부터 기술 협력사업 대상을 구소련에 속했던 CIS(독립국가연합) 국가들로 확장했다. 주요 협력국은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벨라루스 등 11개국이며 우크라이나도 여기에 포함됐다. 이들 국가가 유럽연합처럼 경제공동체를 형성하고 있어 우리 기업이 한 국가에만 진출해도 시장을 확대해 나가기 유리하다는 게 이유다.
센터 관계자는 "(러·우 전쟁) 이전부터 기술 협력 대상국 확대를 준비하고 있었다"며 "한 나라에서 기술 인증이나 물류 통관 인증을 받으면 다른 국가에도 진출하기 수월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러시아 현지 업체와 국내 기업들이 지난 4년 동안 발전시켜 온 기술 수준에 비하면 시작 단계인 탓에 러시아를 대체하는 데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이 관계자는 "내년도 기술 협력사업 내용은 아직 세부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며 "한국과 러시아 관계가 민감한 와중에 러시아와의 기술 교류가 자칫 전쟁을 일으킨 국가에 이익을 주는 것으로 보일까 조심스러운 점도 있다"고 했다.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