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 축복 같은 빨간 날이 모두에게 공평하게 적용되진 않는다. 직장갑질119와 아름다운재단이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하여 지난 8월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3명(31.3%)은 명절·공휴일 등 빨간 날에 유급으로 자유롭게 쉴 수 없다고 답했다. 빨간 날의 축복은 사업장 규모에 따라 달랐다. 300인 이상 사업장 노동자는 77.4%가 공휴일에 유급으로 쉴 수 있지만, 상시 근로자 5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는 그 비율이 47.3%로 절반에도 못 미쳤다.
공휴일 근무 통상임금 150% 지급
1.5배 보상휴가·대체휴일도 가능
5인이상 사업장 통상임금땐 위법
이유는 있다. 근로자들이 공휴일에 유급으로 쉴 수 있는 이유는,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 제2조의 공휴일 및 제3조의 대체공휴일을 유급휴일로 보장하도록 근로기준법이 규정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 규정은 상시 근로자 5인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된다. 즉 5인 미만의 영세 사업장에서는 공휴일에 노동자를 무급으로 쉬게 하거나, 휴일로 보지 않고 근무하게 해도 위법하지 않다는 뜻이다.
공휴일을 유급으로 보장해야 하는 사업장에서, 노동자가 공휴일에 근무한다면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방법은 크게 3가지가 있다. 먼저 가장 기본적으로 노동자가 근무한 시간에 따라 통상임금의 150%를 휴일근로수당으로 지급해야 한다.
두번째는 공휴일에 근무한 시간의 1.5배에 달하는 대체휴가(보상휴가)를 부여할 수 있다. 이는 휴일근로수당 대신 그에 상응하는 휴가를 근무의 대가로 준다는 의미다. 근로자가 공휴일 중 하루를 풀타임으로 일했다면, 하루에 더해 반일을 휴가로 부여해야 한다. 대체휴가는 노동자와 개별적인 합의로는 정할 수 없고, 회사와 근로자 대표가 서면으로 합의해야 가능한 제도다. 근로자 대표와 합의했다면 개별 노동자 본인이 대체휴가를 거부해도 소용이 없다. 다만 대체휴가를 부여하기로 했음에도 회사의 사정 때문에 노동자가 결국 대체휴가를 사용하지 못했다면 이에 대해서는 반드시 휴일근로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회사 차원에서 휴일 자체를 다른 날로 바꾸는 대체휴일도 가능하다. 공휴일을 근무일로 처리하는 대신, 다른 근무일을 정해 회사 차원에서 유급휴일로 정하는 것이다. 이러한 공휴일 대체 또한 노동자 개인과의 합의는 불가능하므로, 회사와 근로자 대표가 서면으로 어떤 날을 대체휴일로 정할지 등을 합의해야만 추진할 수 있다.
법이 적용되는 상시 근로자 5인 이상 사업장에서 위와 같은 세 가지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공휴일에 노동자에게 근무시킨 뒤 통상과 같은 임금을 지급한다면 이는 법 위반이다.
다만 예외는 있다. 공휴일이 원래 해당 노동자의 휴무일과 겹칠 경우, 회사에서 공휴일을 반드시 유급으로 보장할 필요는 없다. 이를테면 원래 근무일이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1주일 중 3일인 근로자의 경우, 목·금요일이 추석 연휴에 해당하더라도 원래부터 휴무일이었으므로 해당 일은 기존과 같이 무급 처리해도 무방하다.
당연한 권리 공평하게 적용 안돼
근로기준법 모두에게 '기준' 되길
규모가 큰 사업장이라고 할지라도 특수형태근로종사자, 프리랜서 등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 광범위한 의미의 노동자일 경우에도 공휴일이 유급으로 보장되지 않을 수 있다. 다만 비정규직이라고 하더라도 기간제(계약직), 파견직 등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이므로 상시 5인 이상 사업장이라면 반드시 공휴일을 유급으로 보장해야 하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 현실이다.
앞서 빨간 날을 축복이라고 표현했지만, 사실 공휴일은 법이 보장하는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다. 그 법이 다소 복잡하고 미흡하여 아직 모든 노동자에게 공평하게 적용되지 않을 뿐이다. 정부는 올초 업무보고에서 법적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확대 계획을 밝혔지만, 유의미한 발걸음은 보이지 않는다. 근로기준법에 모두에게 '기준'이 되는 날을 바라본다.
/유은수 노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