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렬_-_경인칼럼.jpg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객원논설위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영장 심사는 분명 정치의 분수령이었다. 사법 영역의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사건화한 '사법의 정치화'의 전형적 사건들로 이미 치환됐기 때문이다. 이 대표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민주당은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은 야당 탄압과 정적 제거에 혈안이 된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에 경종을 울린 것"이라며 "윤석열 정권과 정치검찰의 무도한 왜곡 조작 수사는 법원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제 이재명 대표를 겨냥한 비열한 검찰권 행사를 멈춰야 할 시간"이라는 논평을 냈다. 그리고 또 다시 내각 총사퇴와 국정기조의 대전환을 다시 껴내들었다. 국민의힘을 향해서도 "있지도 않은 사법 리스크를 들먹이며,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에게 '방탄'의 딱지를 붙이기에 여념이 없었던 국민의힘도 사죄해야 한다"라며 "윤석열 대통령은 불통의 폭정을 멈추고 국민 앞에 나와 머리 숙여 사죄하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결국 법원이 개딸에 굴복했다"며 "추상같이 엄중해야 할 법원의 판단이 고작 한 정치인을 맹종하는 극렬 지지층에 의해 휘둘렸다"는 논평을 냈다. 또한 "숱한 범죄 의혹으로 가득한 1천500페이지에 달하는 검찰의 의견서는 차치하더라도, 이 대표는 수사과정에서 대한민국 법치를 농락해왔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 기각후 '여야 논평'
정치 정상화 거부 여전히 적대·극한 대립


민주당과 국민의힘 논평 모두 이 대표 영장 기각을 변곡점으로 정치의 정상화를 바란다면 나오지 말았어야 할 주장들이다. 민주당은 영장 기각이 최종적으로 무죄라는 프레임을 동원하여 영장기각과 사법리스크의 완전 해소를 등치시키려 하지만 사법의 영역을 정치에 끌어들이는 낮은 수준의 정치행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힘 역시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성명을 내지 못하고 '강성 지지층에 의해 휘둘린 판단'이라는 논평을 냄으로써 집권세력으로서의 당당함과 의연함을 보여주지 못했다.

정치실종의 주범인 사법적 문제에 관한 법원의 영장 심사 결과를 과도하게 아전인수로 해석하는 민주당과 법원을 폄훼하는 듯한 국민의힘은 아예 내년 총선까지 정치의 정상화를 명시적으로 거부하는 정치집단들로 보인다. 정당 차원의 논평을 감안하더라도 이 대표 영장 기각 후의 정치가 여전히 적대와 극한의 대립이 이어질 것이라는 방증이 아닐 수 없다. 적대적 공생과 진영정치가 체질화된 한국정치이지만 여야 관계가 이렇듯 완벽한 고착에 빠진 경우는 흔치 않다.

민주당은 현재의 정국에 대해 아무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있을까. 이 대표 영장 기각이 마치 이 대표의 여러 갈래의 혐의가 모두 무죄라는 취지의 입장은 적절하지 않다. 구속 여부에는 범죄의 중대성과 혐의의 입증, 형평성, 증거 인멸과 도주의 우려 등이 고려된다. 지난주 이 대표 영장 기각은 피의자가 야당 대표라는 점이 크게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도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지만 이 대표 관련 재판은 이 대표에게는 큰 부담이다. 이달 초에는 대장동 특혜 개발 의혹 관련 첫 공판이 열릴 예정이다. 이번에 검찰이 영장을 청구한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관련 재판도 남아있다.

민주당 '李 재판'과 문제없는지 성찰 필요
국힘도 사법시스템에 맡기고 민생 챙겨야


정치가 사법에 의해 휘둘리고, 사법이 정치에 좌우되는 이른바 '정치의 사법화'와 '사법의 정치화'는 한국정치의 암적인 요소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이 두 가지 현상이 유난히 두드러진 데에 이 대표의 사법 문제가 없다고 할 수 없다. 향후 이 대표 재판의 최종심까지 나오려면 상당한 기간이 소요된다. 구속영장 기각이 무죄를 선언하는 행위가 아닌 마당에 민주당이 줄곧 주장해 온 검찰독재, 정치검찰의 주장은 접고, 겸허하게 민주당과 이 대표의 문제는 없는지 성찰하는 성숙함이 필요하다. 국민의힘 역시 이 대표 수사와 재판은 사법 시스템에 맡긴다는 냉철한 자세를 견지하면서 집권세력답게 민생에 진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양대정당의 지지율이 고착화되고 무당층과 중도층이 늘어나는 현상은 양대 거대 정당의 극성 지지층을 제외한 유권자들의 정치에 대한 혐오와 불신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정치와 사법의 경계를 분명히 할 때 정치복원의 단초가 열릴 것이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