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적어도 우리 집에서 이 대표 영장 기각은 추석 밥상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가끔 뉴스에 등장하면 보수적인 부모님들이 토해내듯 한마디 뱉고, 그 옆에서 자식세대가 중얼대듯 소극적으로 대응해 버리는 게 그만이었다. 오랜만에 만난 식구들과 서로 다른 정치색을 확인하며 옥신각신할 이유가 없었다. 이 대표 이슈는 여론 속에서 비빔밥처럼 뒤섞여 어떤 결과물이 나온다기보단 각자의 마음에서 소화돼 표로 확인할 이슈인 것이다.
식구들 사이에 나눈 주된 얘기는 '줄어든 추석 음식'이었다. 고등학생 조카는 차례상 규모가 줄었다고 평했고, 어머니는 올해 추석 물가가 얼마나 비쌌는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풀어냈다. 채소가 비싸 전 가짓수를 줄인 얘기, 배춧값이 올라 자식들 손에 들려보낼 김치 양이 줄어든 것 등등 냉장고에서 뭔가를 꺼낼 때마다 물가 얘기는 비껴나가질 못했다. 시댁도 친정도 지난해와 같은 비용으로는 차례상을 차릴 수 없었다고 했다. 정치얘기? 어쩌다 기회가 있어 그 지역 의원으로 운을 뗀 토크는 '국민 세금으로 지들 잇속이나 챙기는 사람들'이란 쓴말을 남기고 하나 둘 엉덩이를 떼게 만들었다. 추석 차례상은 이전만 못하고 자식들이 부모님께 드리는 추석맞이 용돈도 줄어드는데 따박따박 세금 걷어가는 권력은 우리 삶에 관심이 없으니, 내가 던진 화제가 그나마 온기를 유지하는 식탁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어느 정치인이 '국회가 희화화되고 있다'고 안타까워 했다. 입법의 엄중함에도 국민의 놀림감이 되고 국무위원의 업신여김을 받음을 답답해했다. 국민들은 그 이상으로 답답하다. 언제쯤 정치인들이 자신의 얘기가 아니라 우리 삶의 문제를 그들 중심에 세울까.
/권순정 정치2부(서울) 차장 s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