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일 국내 축구팬들이 우려했던 아시안게임 중국과의 8강전이 2-0 승리로 무사히(?) 끝났다. 후반에 에이스 이강인과 엄원상을 투입하고도 추가골을 넣지 않고, 이렇다 할 공격을 펼치지 않은 채 종료한 것이 유일한 아쉬움이다. 추가골을 넣지 않은 것인지, 못한 것인지는 추측의 영역이다. 후반에 경기의 템포 조절에 힘을 쓴 것은 예상되는 중국 선수들의 거친 파울로 인한 부상의 위험을 막고, 중국 관중들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전략적 선택의 결과로 짐작된다. 그만큼 중국 축구는 국력과 국격에 비해 국제사회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잦다. 중국이 축구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도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못하는 것은 선수 선발과 기용에 있어 실력이 아니라 중국 사회를 지배하는 '꽌시', 우리식으로 풀어 말하면 '관계'와 '인맥'을 중시하는 풍토가 중국축구 발전을 가로막는 원인이라는 것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같은 날 치러진 영국 토트넘 홋스퍼는 리버풀과의 PL 7라운드 경기에서 주장 손흥민이 귀중한 1골을 터트리며 귀중한 승점을 챙겼고, 손 선수 개인적으로는 유럽 무대 통산 200호 골이라는 대기록을 썼다. 잉글랜드 대표팀의 에이스이자 토트넘의 상징인 주포 해리 케인이 뮌헨으로 이적하여 토트넘의 강등권 추락을 예상했던 축구팬들의 예상을 뛰어넘어 리그 공동 2위를 달리는 호성적을 거두고 있다. 토트넘의 신임 감독 엔지 포스테코글루는 빅리그 경험은 없지만, 오히려 빅리그 경험이 없다는 점을 장점으로 활용하여 선수 기용이나 전술 구사에 있어 편견 없이 운용하는 합리적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 이 같은 리더십은 에릭 다이어·요리스 등 이른바 토트넘 선수단의 분위기를 좌우하던 핵심 선수들의 기득권을 인정하지 않고, 지나친 오버래핑으로 손흥민과 포지션이 겹치던 윙백 페리시치의 동선을 잘 조절하는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다. 공정과 상식이 현재 토트넘이 좋은 성적을 거두는 비결이다.
대통령과 여야 대표는 물론 우리 정치인들도 입만 열면 공정과 상식을 강조한다. 하지만 정치판에 공정과 상식이 살아숨쉬는 지는 의문이다. 우리 정치가 중국 축구판이 안되려면 토트넘 홋스퍼에게서 영감을 받았으면 한다. 우리 축구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한다.
/조성면 객원논설위원·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