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항 갑문 공사에서 안전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노동자를 숨지게 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던 최준욱 전 인천항만공사(IPA) 사장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받고 석방(9월25일자 6면 보도=최준욱 IPA 사장 항소심 무죄 '이례적 1심 반전')되자 검찰이 상고했다.

인천지검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최 전 사장의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추석 연휴 전인 지난달 27일 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한 것으로 4일 파악됐다.

1심 재판부는 지난 6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최 전 사장에게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달 이를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국가공기업 사장이 해당 사업장에서 벌어진 안전사고와 관련해 이례적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1심 판결이 뒤집힌 것이다.

각 재판부의 판결은 '도급인' 범위 해석에서 엇갈렸다.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도급인'을 물건의 제조·건설·수리 또는 서비스 제공 등의 업무를 도급하는 사업주로 규정하면서도 건설 공사 발주자는 도급인에서 제외하고 있다. 도급인은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조치를 해야 할 책임이 있다.

관련법상 발주자와 도급인을 구분 짓는 기준은 '공사의 총괄·관리' 여부다. 1심 재판부는 최 전 사장과 인천항만공사를 공사를 총괄하는 도급인으로 보고, 안전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판단해 유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으로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부담하는 도급인의 범위를 확대하고, 위험한 일부 작업의 도급을 원칙적으로 금지해 이른바 '위험의 외주화'에 대한 도급인의 책임을 강화했다"면서도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피고인이 건설공사 발주자가 아닌 건설 공사를 총괄하는 도급인에 해당한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최 전 사장은 2020년 6월 인천 중구 인천항 갑문에서 진행되던 수리공사의 안전보건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협력업체 소속 40대 노동자를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인천항만공사가 사실상 원도급사에 해당한다고 보고 최 전 사장 등에게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를 적용한 바 있다.

이번 판결에 대해 관련 전문가들도 시각차를 보였다. 최명기 한국산업인력공단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발주자가 노동자 채용, 공기 단축 등 공사 진행 과정에 관여하지 않았다면 산업안전보건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게 맞다"며 "대법원 판단까지 봐야겠지만, 2심 재판부는 인천항만공사가 이런 과정에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본 것 같다"고 했다.

최정학 한국방송통신대 교수는 "발주자에게도 관련법을 적용하면 지자체나 공공기관 등도 건설 현장 안전조치에 더 신경을 쓸 것"이라며 "법원이 도급인의 범위를 넓게 해석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