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 그룹… 사기 10명 병합안해
변호사 "횡령 혐의 일부는 인정"


인천 미추홀구 일대에서 조직적으로 수백억원대 전세사기 행각을 벌인 속칭 '건축왕'의 '범죄집단조직죄'와 관련한 첫 재판이 열렸다.

5일 인천지법 형사14부(부장판사·류경진)는 사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횡령)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건축업자 남모(61)씨 등 35명의 첫 재판에서 "피고인이 많아 첫 재판부터 모든 공소사실을 확인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범죄단체(집단)조직 혐의가 적용된 피고인 등 4개 그룹으로 나누어 재판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사기죄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남씨 등) 10명에 대해서는 병합하지 않고 해당 재판 심리 결과를 원용하겠다"고 했다.

남씨 측 법률대리인은 "다른 재판에서 사기죄 성립이 가능한지 다투고 있다"며 "건축시기, 근저당 설정 시기 등을 볼 때 범행의 고의성이 없었기 때문에 사기죄가 성립될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그러면서 "횡령 혐의는 일부 인정하나 인정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나중에 법리를 제시하겠다"고 했다.

이날 재판이 열린 인천지법 대법정은 피고인 35명과 이들의 법률대리인, 수십여명의 피해자, 취재진 등으로 가득 찼다. 재판이 시작된 후 피고인들의 주소지, 생년월일 확인과 검사의 공소장 낭독 등에만 1시간 넘게 소요됐다.

검찰은 지난 5월 남씨와 함께 전세사기에 가담한 임대인, 공인중개사 등 35명을 추가로 기소하면서 범행 가담 정도가 많은 18명에게 범죄집단조직죄를 적용했다. 전세사기 사건을 저지른 일당에게 범죄집단조직 혐의가 적용된 것은 처음이었다.

형법상 '범죄단체 등 조직죄'는 사형이나 무기징역, 4년 이상의 징역형에 해당하는 범죄를 목적으로 단체·집단을 조직하거나 가입해 구성원으로 활동한 경우 적용할 수 있다.

법원은 그동안 이 조항을 '범죄단체'와 '범죄집단'으로 구분해 판결을 내려왔다. 범죄단체는 최소한의 통솔체계와 동일한 범행 목적 등 요건을 갖춰야 하는데, 범죄집단은 범행 계획과 이를 실행할 정도의 조직 구조만 확인되면 적용할 수 있다.

남씨는 임대사업을 위해 공인중개사(보조원)들을 고용하고, 이들 명의로 공인중개사사무소를 운영하면서 본인이 소유한 주택의 중개를 전담하도록 했다. 이들이 미추홀구 일대 아파트와 빌라 등 공동주택에서 빼돌린 전세보증금은 2021년 3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총 430억원(533가구)에 달한다.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는 전날 건축왕 일당 70여 명의 조직도를 공개하며 "일당 중 18명만이 범죄집단조직죄 혐의를 받고 있을 뿐"이라며 "공모자 전원에게 범죄집단조직죄를 적용해 그들이 은닉한 재산을 몰수해 세입자들의 피해 회복이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10월5일자 6면 보도)하기도 했다.

한편 남씨는 2018년 1월 동해 망상지구 사업 부지 확보를 위해 건설사의 신축 아파트 공사대금 40억원을 빼돌리는 등 총 117억원을 횡령한 것으로 조사됐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