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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일 점퍼', 누가 지었는지는 모르지만 그에게 딱 맞는 별명이다.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 높이뛰기 결선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우상혁(27·용인시청) 얘기다.

그의 경기를 처음 보는 사람들은 생소한 모습에 적응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압박감이 엄청날 텐데 어떻게 저렇게 시종일관 상큼한 표정을 지을 수 있을까라는 궁금증부터 갖게 된다. 도약에서부터 바(bar)를 뛰어넘기까지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될진대 긴장감은 찾아볼 수 없다. 무엇보다 이 점퍼는 매회 조금씩 올라가는 바를 넘을 때마다 관중들도 덩달아 미소를 짓게 하는 마력을 뿜어낸다. 바가 바닥에 떨어질 때도 마찬가지다.

우상혁이 긍정마인드의 소유자로서 자신만의 캐릭터를 국민들에게 각인시킨 건 2021년 도쿄 올림픽 때다. 결선에 나서면서 카메라를 향해 "이제 시작이다"라며 유쾌하게 말을 건네더니 최종 4위로 메달 획득에 실패했을 때도 밝게 웃으면서 "괜찮아"라고 소리치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꿋꿋하게 거수경례하며 경기를 마무리할 때는 그야말로 운동선수가 가져야 하는 스포츠맨십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주었다.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우상혁은 특유의 유쾌함으로 관중을 홀렸다. 4일 열린 결선에서 우상혁은 경기 전부터 경기 도중, 이후까지 내내 미소를 잃지 않았다. 압권은 2m23을 시도할 때다. 그가 두 팔을 번쩍 들어 박수를 치며 관객들의 호응을 유도하자 관객들도 이에 부응, 일제히 일어나 같은 모습으로 화답했다. 진정한 축제다.

24시간 웃음기를 머금을 것 같은 그에게도 아픈 과거가 있다. 그는 8살 때 교통사고를 당한 뒤 후유증으로 인해 양발의 크기가 다르다. 왼발보다 오른발이 15㎜ 정도 더 작은 탓에 다른 선수들보다 균형감을 잡는 훈련을 많이 해야 했다. 육상계 인사들로부터 '짝발로는 안된다'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결국 치명적인 핸디캡을 피나는 노력으로 극복한 셈인데 그가 내뿜는 긍정 에너지의 원천이 아닐까 싶다.

금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들이 죄인인양 굳은 표정으로 입국장을 나오던 시절이 있었다. 은메달, 동메달이라는 값진 성과를 거두고도 카메라 앞에서 눈물짓는 선수들도 많았다. 우상혁은 "이렇게 재미있는 높이뛰기를 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고 했다. 스포츠가 추구하는 바를 우상혁이 보여주고 있다.

/임성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