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교육청이 예산을 들여 각 학교에 설치 중인 전기차 충전기가 자칫 교직원 전용 편의시설로 전락할 위기다. 학교 인근 주민들도 교내 전기차 충전기를 사용하려면 학교가 외부인 출입을 허용해야 한다.
하지만 학교 대부분이 학생 안전 등을 우려해 이를 꺼리고 있다.
친환경자동차법 개정 설치 의무화
시교육청, 내년 1월까지 282곳 계획
사고·안전성 등 학교 개방 부정적
완속충전기뿐… 교직원 전용 우려도
■ 마지못해 전기차 충전기 설치하는 학교들
산업통상자원부는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친환경자동차법)을 개정해 지난해 1월28일부터 시행 중이다. 개정된 법에는 신축뿐 아니라 이미 지어진 학교 등 공중이용시설도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전기차 이용자가 주거지 인근에서 편리하게 차량을 충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유예 기간은 2년으로, 전기차 충전기 설치 대상 시설이 내년 1월27일까지 이행하지 않으면 시정 명령 또는 최대 3천만원의 이행강제금이 부과될 수 있다.
인천시교육청은 59억원의 예산을 확보해 내년 1월까지 인천지역 초·중·고교 282곳에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할 계획이다. 현재 전기차 충전기 설치를 완료한 인천지역 학교는 41곳이다.
■ 학교 개방 안 하면 무용지물 전락 우려
관련 법에 따라 교내 전기차 충전기를 개방하는 것은 공공기관 청사와는 달리 의무 사항이 아니다. 다른 지자체에서는 교내 전기차 충전기를 인근 지역 주민들이 이용하는 것을 전제로 정부 보조금이나 민간 지원을 받아 설치한 경우도 있으나, 인천시교육청은 자체 예산만 투입했기 때문에 학교를 개방하지 않아도 된다.
일선 학교들은 전기차 충전기를 지역 주민들에게 개방하면 교통사고가 발생하거나 잦은 외부인 출입으로 안전상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비싼 예산을 들여 만든 전기차 충전기가 주민이 아닌 교직원 전용 시설이 돼버리는 셈이다.
전기차 충전기 설치를 마친 인천 A학교 관계자는 "학교를 개방하지 않을 계획"이라며 "주차장이 넓지 않아 기존(교직원) 차량만으로도 꽉 차는 상황이다. 바뀐 법에 따라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한 것"이라고 토로했다.
■ 개방해도 완속 충전기를 누가 이용할까
인천시교육청이 그동안 학교에 설치한 전기차 충전기는 전부 완속 충전기다. 이 때문에 학교를 개방하더라도 주민 등 외부인들의 이용이 적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심지어 전기차를 이용하는 교직원이 없는 학교에선 아예 무용지물로 전락할 수도 있다.
B학교 관계자는 "급속이 아닌 완속 충전기인 데다 전기차를 보유한 교직원도 거의 없어서 시설을 제대로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신축 학교에는 급속 충전기를 설치할 계획"이라며 "일선 학교들과 부분 개방에 대해 논의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김희연기자 kh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