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역 저축은행들이 주택 담보 중도금 대출 취급을 늘리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시중은행이 중도금 대출 심사 기준을 강화하면서, 건설사와 시행사들이 상대적으로 문턱이 낮은 저축은행으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9일 저축은행중앙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주택 담보 중도금 대출을 취급하는 인천지역 저축은행은 지난달 기준 7개로 집계됐다.
지난 3월에는 중도금 대출을 취급하는 저축은행이 1개에 그쳤으나 6개월 사이 증가한 것이다. 전국 저축은행들이 주택 담보 중도금 대출을 취급하는 규모도 지난해 12월 말 1조9천389억원에서 올해 6월 말 2조1천907억원으로 11.3%(2천518억원) 늘었다.
이처럼 저축은행의 중도금 대출 규모가 확대한 것은 시중은행이 중도금 대출 취급을 줄이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일부 시중은행은 분양률 80% 이상을 중도금 대출 요건으로 내거는 등 심사 기준을 강화하는 추세다. 부동산 경기 위축으로 분양률이 저조한 사업장의 대출 연체율이 높아지자 시중은행들이 자체 조정에 들어간 것이다.
주택담보 중도금대출 취급 1→7개
금리 높지만 상대적 문턱 낮아 노크
가계·예적금 대출 규모 감소 요인도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금융권 PF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12월 말 1.19%에서 올해 6월 말 2.17%로 0.98%p 상승했다. 이 때문에 건설사나 시행사들이 금리가 높지만 대출 문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저축은행을 상대로 중도금 대출 문을 두드리는 상황이다.
중도금 대출을 취급하는 인천지역 저축은행들의 금리는 7% 중반대로, 3~4%대인 시중은행보다 2배가량 높은 편이다. 다만 분양률을 60%로 책정하는 등 기준이 시중은행보다 낮아 고금리를 감수하고 중도금 대출을 받으려는 사업장이 많다는 게 저축은행업계 설명이다.
가계 대출이나 예·적금 대출 등 저축은행이 취급하는 다른 유형의 대출 규모가 줄어든 것도 중도금 대출이 늘어나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인천지역 상호저축은행의 여신(대출) 취급액은 지난해 7월 4조1천961억원에서 올해 7월 3조4천149억원으로 18.6% 감소했다.
특히 가계 대출이 같은 기간 1조원에서 9천60억원으로 감소했는데, 경기 침체로 가계 대출 연체율이 불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사전에 신규 대출을 줄이면서 나타난 결과다. 중도금 대출은 기본적으로 주택을 담보로 하는 만큼 PF보다 리스크가 작다는 점도 저축은행이 취급을 늘리는 데 영향을 미쳤다.
인천지역 저축은행들의 중도금 대출은 중소형 아파트 단지나 오피스텔 등 소규모 사업장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인천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분양가 12억원 이하 아파트에만 적용되던 중도금 대출 상한선 규제가 지난 3월 폐지되면서 수요가 늘어난 경향이 있다"며 "다만 대규모 아파트 단지는 시중은행이 취급하는 경우가 여전히 많고, 저축은행은 중소 사업장을 중심으로 중도금 대출을 실행하는 편"이라고 했다.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