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훈부는 정전 70주년인 올해에 '유엔참전국 자전거 동맹길' 행사를 진행 중이다. 6·25전쟁 참전 동맹국들의 전적지를 자전거로 순례하며 참전용사들의 희생을 기리는 행사다. 지난 4월에 용인 김량장리 자전거도로를 '튀르키예의 길'로, 5월엔 가평군 일대 자전거도로를 '가평전투의 길'로 명명하고 튀르키예와 영연방 4개국 대표들이 우리 국민과 함께 자전거로 질주했다.
한글날인 9일엔 '몽클라르의 길'로 명명된 양평군 지평리 남한강변 자전거도로를 달리며 프랑스의 참전을 기렸다. 랄프 몽클라르는 1,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프랑스의 전쟁영웅이다. 6·25전쟁 때 프랑스는 식민지인 베트남을 되찾으려 인도차이나 전쟁에 병력을 집중했다. 유엔군 참여를 선언했지만 전투부대 파병은 주저했다.
몽클라르 중장은 대대급 부대 파병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직접 부대를 지휘하려 별을 떼고 중령으로 명예 강등을 자청했다. 미 육군 2사단의 연대에 배속된 프랑스 대대는 1951년 '지평리전투(2월 13~15일)'에서 중공군 격퇴의 선봉에 섰다. 지평리 전투에서 중공군의 남하를 저지한 덕분에 3월 14일 서울 재탈환이 가능했고, 휴전선을 38선 이북으로 밀어올릴 수 있었다. 몽클라르 장군은 한국을 구하고 조국 프랑스의 국제적 체면을 지켰다.
수도권은 6·25전쟁의 최대 격전지였다. 전쟁 초기에 낙동강과 압록강 사이를 출렁였던 전선이 휴전 때까지 중부전선에 정체한 탓이다. 필리핀, 벨기에·룩셈부르크, 노르웨이, 프랑스, 튀르키예, 미국, 남아프리카공화국, 태국, 영연방4개국, 그리스 등 대다수 국가들의 한국전쟁 참전기념비가 경기도에 집중된 배경이다. 유엔군과 북한군이 최초로 교전한 유엔군초전기념비(오산시), 영국군 설마리 전투비(파주시), 국가등록문화재인 유엔군 화장장(연천군) 등 전쟁 유산과 유적들도 즐비하다.
전쟁의 기억이 희미해지며 정율성 기념비와 동상이 들어섰다. 전쟁으로 소멸될 뻔 했던 나라의 관용으로는 선을 넘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이어 중동 화약고가 터졌다. 전쟁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자전거 동맹길 행사를 계기로 동맹과 나라를 지킨 기억들이 선으로 연결돼 평화와 안보의 상징적 실체로 생명을 얻었으면 한다. 자전거도로로 연결된 자유진영 연대의 역사. 세계적인 평화투어 상품이 될 수도 있다.
/윤인수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