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화성 미디어아트' 행사가 올해도 시민들을 찾아왔다. 화려한 빛으로 물든 수원화성에서 정조대왕의 효심과 애민정신을 엿 보는 수원시 대표 행사 중 하나다.
올해는 특히 '만천명월(萬川明月) : 정조의 꿈, 빛이 되다'가 3년 차를 맞아 더욱 다채로운 프로그램과 구성으로 수원의 가을밤을 오색찬란하게 수놓는다.
정조의 행차 중 가장 화려했던 을묘년(1795년) 수원화성 행행을 주제로 다채로운 빛의 향연도 펼쳐진다. 달이 모든 개천을 비추듯 모든 백성을 사랑했던 정조대왕의 사상과 발자취를 11월4일까지 창룡문과 국궁장, 동장대, 동북공심돈 일원에서 만날 수 있다.
수원화성 을묘행차 재해석 연작 4편으로
꽃 피어나는 '개혁의지' 복숭아꽃 '효심'
백성에 나눠줬던 쌀알 조형물 55개 배치
미디어센터 '시민 이야기' 듣는 작품도
■ 창룡문 비추는 화려한 빛의 축제 '미디어아트'
이번 수원화성 미디어아트는 창룡문이 배경이다. 지난 2021년 화서문 일원에서 시작한 수원화성 미디어아트는 지난해 화홍문과 남수문을 지나 올해 창룡문을 거점으로 정했다. 특히 이번에는 규모와 개방감이 압도적으로 커졌다.
메인 작품이 상영되는 가로 길이만 138m에 달한다. 성문과 성곽은 물론 드넓은 잔디밭까지 스크린으로 활용해 창룡문 앞 잔디밭에 다양한 색감의 빛으로 알록달록한 그림이 그려진다. 확 트인 개방적인 공간에서 초대형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미디어아트 작품 스토리는 3년째 큰 줄기를 이어가고 있다. 2021년엔 '정조의 문(文)·무(武)·예(禮)·법(法)'을 제목으로 조선 후기 정치와 경제, 사회, 문화의 르네상스를 일궈낸 정조의 사상을 그렸고, 2022년은 '개혁신도시 수원화성'을 제목으로 정조가 꿈꾼 수원화성의 건설을 표현했다. 세 번째인 올해는 개혁의 준비를 마친 정조대왕이 효와 관광의 행렬로 성대한 잔치를 만드는 '수원화성 행행'을 보여준다.
메인작품 '수원화성 행행(行幸)'은 정조대왕이 1795년 수원화성으로 행차한 을묘행차를 재해석해 만들어진 미디어아트 연작이다. 4편의 작품들이 행행의 준비-출정-행렬-도착 과정을 보여주며 하나의 스토리를 완성한다.
첫 번째 작품은 '개혁의 행차(서정원)'다. 수원화성 행행을 준비하기 위해 정리소를 설치하고 준비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풀과 나비 등 자연물을 활용해 화려한 꽃들이 피어나는 장면으로 정조의 개혁 의지를 재해석했다.
두 번째는 '자취(소마킴)'다. 성대한 규모의 왕실행사를 준비하는 설렘과 창덕궁 돈화문에서의 대규모 출정식 등의 모습을 화려하게 표현하며 행행의 시작을 그려낸다.
세 번째는 '영원의 길(이웅철)'이다. 복숭아꽃 이미지로 정조의 효심을, 곡식의 이미지로 백성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고, 효심과 애민정신은 만월(滿月)이 되어 창룡문 중앙을 장식한다.
마지막은 '극(極, 아하콜렉티브)'이다. 황금갑옷으로 비유되는 정조대왕이 개혁신도시 수원화성에 도착해 개혁의 꽃을 피우고, 새로운 모습으로 찬란한 미래를 만드는 모습을 표현한다.
■ 직접 경험하는 '미디어 그라운드' & '미디어 로드'
창룡문 건너편 국궁장, 동장대, 동북공심돈 등은 다양한 미디어 작품을 관람하고 체험까지 할 수 있는 '미디어 그라운드'로 변신한다. 어스름이 짙어지는 오후 7시에 화려한 빛의 운동장이 개장한다.
평소 국궁장으로 활쏘기 체험이 이뤄지던 넓은 잔디밭에는 화려한 국화꽃밭이 생겼다. 여러 형태의 프레임이 곳곳에 놓여 있어 어디서 찍어도 예쁜 포토존이다.
한쪽에는 다채로운 크기의 쌀알 모양의 조형물 55개가 배치돼 있다. 조형물을 만지거나 흔들면 색깔이 변하는 상호작용 방식으로 '즐기는 미디어 경험'을 선사한다. 연무대 옆에서는 돗자리를 펴고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공간도 있어 가족 및 연인들이 즐기기 좋다. MBTI 이니셜이 담긴 큐브 장식물도 배치돼 자신의 MBTI를 조합한 사진을 남기는 것도 가능하다.
동북공심돈 경사면에는 쌀알을 형상화한 조명이 바람에 흔들려 장관이 연출된다. 쌀알은 을묘원행 당시 백성들에게 쌀을 나눠주던 사미의식을 상징하기 위해 차용된 것으로, 정조대왕이 백성을 사랑한 마음을 표현한다. 동북공심돈과 수원화성 성벽을 장식하는 조명과 아래쪽으로 쌀알 조명이 흩날리는 모습은 가을밤 정취를 고조시킨다.
■ 다채로운 콘텐츠 가득 '미디어 홀'
지난 7월 남수동 한옥형 건물로 이전 개관한 수원시미디어센터도 올해 미디어아트의 한 축을 맡는다. 미디어 로드의 작품들을 감상하며 약 400m가량 걸어오면 멋진 신한옥 모습의 수원시미디어센터가 나온다.
초청 작가와 공모로 선정된 신진 작가들의 미디어아트 작품 7개가 전시되는 '미디어 홀' 역할이다. 이 곳에서는 보고, 듣고, 미래를 엿볼 수 있는 다채로운 미디어작품 경험의 기회가 열린다.
1층으로 들어서면 정조대왕의 효심과 여민동락을 순정만화의 한 장면처럼 아름답게 그려낸 '시대를 뛰어넘는 효와 여민동락(혜강)', 홀로그램으로 정조대왕의 비전을 표현한 '정조의 꿈 빛이 되다(이승현)', 시선에 따라 반대의 개념을 볼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작품 '틈(달리와보기)', 장안문의 사계절을 영상으로 표현한 '고귀한 단순과 조용한 위대(김혜경)' 등의 작품이 설치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듣는 미디어 작품도 만날 수 있다. 복도에 마련된 '사운드 포레스트(서현덕)'는 가까이 다가가면 소리가 들리는 지향성 스피커 파이프를 통해 수원시민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또 '미디어 아카이빙전'은 지난 2021년과 2022년 메인 작품의 영상을 상영해 올해 작품과의 연결고리가 되어주는 관람 포인트다.
/김준석기자 joons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