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학원도 눈길을 끌었다. 1회 행사는 호남대 공자학원과 공동개최했는데 요즘에도 시상식에는 중국 총영사 등이 참석하고 있는 것이다. 공자학원은 중국정부가 세계 각국의 대학들과 교류해서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가르치는 교육기관으로 중국정부가 매년 운영비의 20∼30%를 부담한다. 국내에는 2004년에 세계 최초로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세운 서울공자아카데미 등 대학 22곳과 중·고등학교 16곳 등 총 39곳에서 운영 중인데 강남의 공자아카데미는 스파르타식 중국어 교육으로 중국유학 및 취업준비생들에 인기가 매우 높다.
세계 곳곳에 설치된 공자학원은 '일대일로(一帶一路)'와 함께 중국 대외팽창정책을 견인하는 쌍두마차이다. 일대일로란 2013년부터 중국정부가 야심차게 추진 중인 현대판 실크로드사업으로 미국의 손길이 닿지 않는 개발도상국에 경제원조 명목으로 철도·도로·항만 등의 기반시설을 확충해서 미국중심의 세계평화질서(팍스 아메리카나)에 도전하려는 것이다.
영어 사용 15억명 경제적 가치 6171조4천억
중국어, 11억명… 영어가격 10분의 1 불과
팍스 아메리카나를 든든하게 버티는 으뜸의 무기는 영어이다. 영어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언어로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인구수는 약 3억5천만∼4억명, 영어를 제2언어로 사용하는 인구수는 약 4억명 등 대략 15억명이다. 2위는 중국과 대만, 싱가포르 등지에서 사용하는 중국어(만다린어)인데 사용 인구수는 11억명이다. 영어는 경제적 가치도 세계 최고로 2019년 기준 6천171조4천241억원이다. 대한민국 5천만 국민이 10여 년 동안 세금 한 푼 안내도 나라살림을 꾸릴 정도로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반면에 중국어 가격은 647조4천496억원으로 영어 가격의 10분의1에 불과하다.
언어는 살아 있는 유기체이다. 언어가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진화해 왔는지는 아무도 확실히 모른다. 언어는 아득한 옛날에 사람들의 수많은 신호들과 외침과 몸짓, 얼굴표정과 신체 표현들에서 시작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언어와 인지과학의 대가인 스티븐 핑커(Steven Pinker)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호모 사피엔스(현생인류)의 경우 내재적 언어 능력인 언어본능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주장했다.
한국어, 세계 14위로 학습수요 급격히 늘어
한류열풍 확산 탓… 상품보다 문화수출 유리
한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들은 7천700만명으로 세계 14위인데 근래 들어 제2, 제3언어로 한국어를 공부하는 인구수가 급격하게 늘고 있다. 꾸준한 한국경제 위상 제고에다 K팝과 K드라마 등 한류열풍이 지구촌 곳곳에 확산된 탓이다. 국내 기업들의 활발한 해외진출도 간과할 수 없다. 한국정부의 적극적인 문화수출 드라이브도 한몫 거들었다. 교육부는 해외에서 한글학교와 한국어교육원을, 문화체육관광부는 세계 85개국에 248개 세종학당을 각각 운영하고 있다. 해외 2천여 곳의 한국어 보급기관에 등록된 수강생수는 25만여 명이다. 한국어능력시험(TOPIK) 응시자수는 1997년 2천692명에서 2018년에는 32만9천224명으로 10년 만에 무려 100배 이상 증가했다.
금년 초에 미국 CNN은 이용자수가 가장 많은 글로벌 언어학습 애플리케이션인 듀오링고의 조사 결과를 근거로 한국어가 중국어 학습수요를 제치고 세계 언어 학습시장에서 7번째를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한국어는 공부하기 어려움에도 필리핀, 태국, 베트남 등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고 덧붙였다.
2019년의 한글과 한국어산업은 매출액 54조원에 부가가치는 18조원이며 종사자수는 43만명으로 추정되었다. 해외에서의 한국어 학습수요는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전망이다. 상품수출보다 문화수출이 훨씬 유리하다. 유럽과 미국은 장구한 세월동안 영어수출 덕분에 선진국이 되었다. 물 들어올 때 배 띄우는 법이다. 훈민정음의 날에 즈음한 단상(斷想)이다.
/이한구 수원대 명예교수·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