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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성남페스티벌' 메인행사장에 마련된 시민라디오의 지난 7일 오후 모습. 성남/김순기기자 ksg2011@kyeongin.com

성남시·성남문화재단이 지난 6일부터 9일까지 나흘간 분당 탄천 야탑·하탑교 일대를 중심으로 '2023 성남페스티벌'을 선보였다. 성남 대표축제로 올해 처음 진행된 이 행사에는 기초자치단체 규모로는 적지 않은 시비 15억·NH농협은행 후원금 2억원 등 모두 17억원이 투입됐다. 밀착 현장 취재를 토대로 허와 실을 짚어본다.→편집자주
상업구역 외 상당 부스·시설물 한산
연극·문화제서 접할 수 있는 공연 나열
'대표 축제' 특색·통일성 결여 지적
타 지역 및 시민행사·파크콘서트 비교돼
메인행사장·거리공연

'2023 성남페스티벌' 메인행사장인 야탑·하탑교 일대는 양옆으로 아파트단지가 빼곡하고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시민들이 자전거를 타거나 산책하기 위해 많이 찾는 곳이다.

성남문화재단 측은 이곳에 '즐길거리'라며 시민라디오 등 7개의 부스를, 휴식공간이라며 '인디언텐트' 등 4개의 시설물을 설치해 놨다.

성남페스티벌 이틀째인 지난 7일 오후 3시께. 이날도 적지 않은 시민들이 메인행사장 구역 안에 있었지만 대부분의 부스나 시설물은 시민들을 붙잡지 못했고 한적한 모습을 연출했다. 시민라디오에는 채 10명도 안 되는 시민들이 있었고 인디언텐트는 절반가량이 비어 있었다. 10대 청소년 3명은 "볼 것도 할 것도 없다"는 말을 주고받으며 행사장을 지나쳤다

그나마 푸드트럭과 마켓은 붐볐지만 둘 다 비용이 필요한 상업구역이었다. 종종 부스나 시설물을 분홍색 옷을 입은 안내 스태프들이 차지하기도 하는 이런 메인행사장의 모습은 행사 내내 별반 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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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오후 5시 수내역 맛집거리에서 진행된 거리공연. 성남/김순기기자 ksg2011@kyeongin.com

성남문화재단 측은 또한 '구석구석 예술배달'이라며 메인행사장을 비롯한 모란시장 서현역 야탑역 등 9곳에 하루에 두세 차례, 4일간 모두 55개의 거리공연을 배치했다.

지난 8일 오후 5시 수내역 맛집거리에서 그중 하나인 '사자난장'이 진행됐다. 공연시간은 16분이었고 공연을 지켜본 시민은 50명 정도였다. 거리공연은 마임쇼, 봉앤줄 등 대부분 여느 연극제나 문화제에서 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의 나열이었다.


7일과 8일에는 성남시청 광장에서 '성남시민의 날 기념 주간 시민참여 행사'도 열렸다. 7일 오후 2시께 '시민참여존'·'4차산업특별도시드론'·'자율주행배달로봇'·'드론축구' 등의 부스에는 가족단위 시민들이 북적거렸다. 8일 역시 같은 상황이 이어졌고 행사 관계자는 "광장을 찾은 시민이 8일 오전 3시께 이미 1만명을 넘어섰다"고 귀띔했다.

7일에는 또한 분당 중앙공원 야외공연장에서 지난 2012년부터 열려 온 '파크콘서트'의 올해 마지막 행사인 잔나비 공연이 펼쳐졌다. 1만여명이 공연장을 채웠고 입장권을 구하지 못한 수천의 시민이 입구 쪽 공원에 자리 잡은 채 소리만 듣거나 발길을 돌리는 장면이 연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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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시청 광장에서 열린 '성남시민의 날 기념 주간 시민참여 행사'의 지난 7일 오후 현장(좌측)과 같은 날 저녁 중앙공원 야외공연장에서 열린 '파크콘서트' 잔나비 공연. 성남/김순기기자 ksg2011@kyeongin.com

이런 두 개의 행사와 단순비교해도 '성남페스티벌'은 무엇보다 시민들이 자발적·직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빈약했다. 시민들을 단순히 '구경꾼' 수준에 위치시켰고, 프로그램들은 '성남을 대표하는 축제'라고 내세울 만한 '특색'이나 '통일성'을 보여 주지 못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올해 33회를 진행한 '거창국제연극제'는 수변무대 등에서 9개국 10개 팀을 포함한 75회 공연이 15일간 이어졌고 예산은 8억원이다. 제60회 '수원화성문화제'는 다양한 시민 주도·참여 프로그램을 중심에 놓고 국제 자매 우호 도시 예술단 초청 공연·드론아트쇼·정조대왕 능행차·시민의날 기념행사 등을 배치했다. 용인시는 별도로 시가 주도하는 축제를 하지 않고 각 지역·단위별로 자발적인 축제를 이어간다.

할머니를 위한 일종의 '진혼제'
집단군무 중심 음악·영상·조명 등 활용
관객 배려 부족·발길 돌리기도
박수 유도 호응 적고 감동의 커튼콜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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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특성과 관객 배려 부족이 겹치면서 나무상자 위에서 메인공연을 구경하는 시민들의 모습(좌측)과 안전선을 해놓고 통제하지 않은 메인공연 현장. 성남/김순기기자 ksg2011@kyeongin.com

제작비 8억 투입 메인공연
'성남문화재단'은 '성남페스티벌'을 '대표 축제'로 만든다며 '대환영'이라는 제목의 메인제작공연을 하이라이트로 배치하고 시비 예산 15억원 중 창작자 1억8천만원, 출연자 1억1천만원, 무대제작 4억8천만원 등 8억400만여원을 투입했다.

탄천 위에 설치된 수상 무대에서 6~8일 3일간 저녁 7시 30분부터 총 3회가 진행됐고 공연시간은 50분가량이었다. 또 무대 정면에는 1천여명이 빼곡히 앉는 수상 관람석을 마련했다.

저승길에 오른 가상의 태평동 거주 할머니와 그를 안내하는 '꼭두'라는 인물이 등장하며 음악·영상·무용·조명 외에 '불쇼' 같은 서커스 장치들도 무대를 채웠다. 할머니를 위한 일종의 '진혼제' 같은 형식으로 꾸며졌고 러닝타임의 많은 부분이 집단군무로 채워졌다.

초대받거나 사전에 표를 구한 시민과 관람석 양옆 앞쪽에서 그나마 무대를 제대로 볼 수 있었던 관람객들 중에는 음악이나 집단군무, 수상무대에 대해서 '좋았다'는 평가를 내리는 이들이 있었다. 하지만 공연장을 찾은 절반 이상의 시민들은 이런 평가를 할 기회조차 잡지 못했다. 관람석과 일부 구역 외에서는 무대가 땅보다 낮은 데다 조명기구 등으로 가려져 제대로 볼 수 없고 소음 문제도 발생했다. 때문에 잠시 머물다 발길을 돌리는 시민도 적지 않았다.

주인공 할머니의 인생에 대한 허약한 서사, 허전한 클라이맥스 등이 겹치면서 감동은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올만하다. 시민 반응이 이를 증명한다. 관람석 일부를 중심으로 박수나 환호가 있었지만, 시민들사이에서는 "끝난 거예요"·"그런 것 같습니다"라는 대화가 오가기도 했다. '꼭두'가 박수를 유도했지만 호응은 적었고 커튼콜도 없었다.
안전선 막상 통제 안 해 '불감증'
분리 안된 각종 쓰레기 소각용 봉투에
4일 공연 위해 탄천 식생 제거
일회성에 성남과의 연관성·정체성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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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스티로폼·비닐 등이 분리수거되지 않고 소각용 종량제 봉투 등에 담겨있다. 성남/김순기기자 ksg2011@kyeongin.com

안전·환경

여기에 관객배려·안전·환경 등도 문제점으로 대두됐다. 둘째 날부터 탄천 좌측에 간이의자를 일부 마련하기는 했지만 우측 등 나머지 관객들에 대한 배려는 나오지 않았다.

안전과 관련해서는 무대 앞 탄천 세월교(보도교) 인원 통제 등을 하느라 경찰이 애를 먹었고, 8일 공연에서는 주최 측이 탄천 쪽으로 안전선을 쳐놓고도 막상 통제를 하지 않는 일 등도 벌어졌다.

환경 문제와 관련해서는 성남환경운동연합이 지난 5일 "단 4일의 페스티벌을 위해 생물의 이동통로이자 은신처, 서식처인 수변과 하도의 식생을 제거하고 준설했다"고 지적했다. 한 시민은 "무대를 중심으로 탄천 양쪽의 식생을 제거했다. 관람석을 따로 만들지 말고 그쪽에서 볼 수 있도록 했으면 더 많은 시민들이 편하게 관람했을 텐데 왜 제거했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푸드트럭 등에서 나온 쓰레기도 문제였다. 플라스틱·스티로폼·비닐 등이 분리수거되지 않고 소각용 종량제 봉투에 담겨 처리됐다. 


진행상의 문제도 적잖이 드러낸 성남페스티벌은 한번쯤 본 듯한 구성에 딱히 성남과의 연관성·정체성도 찾아보기 힘든 일회성·소비성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1천여 관객석·3회공연·러닝타임 50분에 8억여원을 투입하고 사실상 사라진 메인공연에 대해 '누구를, 무엇을 위한 성남페스티벌이었느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성남/김순기기자 ksg2011@kyeongin.com